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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부터 미래연구까지···‘찌르고 터뜨리고’ 차세대 이차전지 한계 넘는다
- 등록일 : 23-09-27
- 조회수 : 3835
이민아 박사, 출산휴가 후 복귀 연이어 성과 발표
마그네슘 배터리 효율적 충방전부터 열폭주 억제 新 전해액까지
"이르면 3~5년내 실용화, 연구로 지속가능한 사회 기여"
KIST는 정부출연연구소 유일 마그네슘을 소재로 이차전지를 연구개발한다. 마그네슘 이차전지는 저비용 고용량 등 장점이 크지만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아 차세대도 아닌 '차차세대' 전지로 불리고 있다.
연구현장에서 도전적인 과제로 불리는 마그네슘 이차전지에 매진하는 과학자가 있다. 미래연구부터 실용화연구까지 넓은 분야에서 활약하는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의 이민아 박사다.
차세대 배터리를 위한 기능성 유기소재를 연구개발하는 이 박사는 지난 2019년 글로벌 학술출판사인 미국 와일리 출판사가 선정한 '와일리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주목받는다. 올해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지난 5월과 7월 연이어 차세대 배터리 연구성과를 발표하며 인정받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연구를 통해 그가 꿈꾸는 세상은 지속 가능한 세상이다. 지난 8월 그의 사무실에서 연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상용화된 분야 이차전지, 더 매력적이죠
과학기술계가 이미 상용화된 이차전지에 관심 갖는 이유는 소재 수요와도 연관이 있다. 그는 "최근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저장장치(ESS)성장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핵심 원자재인 리튬과 코발트 등 핵심광물이 남미/호주/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 매장돼 있어 수급문제가 우려된다"며 "반면 마그네슘은 지각에 풍부하게 매장돼있으면서, 이온 하나에 전자를 하나 밖에 저장 못하는 리튬, 소듐과 달리 전자 2개를 저장할 수 있어 높은 에너지밀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기존 전해질과의 반응성으로 인해 마그네슘 금속의 효율적인 충방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음극인 마그네슘 금속은 일반적인 전해질에서는 쉽게 표면이 망가져 효율적인 충방전 반응 유도가 까다롭고 이를 해결하고자 기존에는 할로겐 원소가 과량 함유된 부식성이 높은 전해질을 활용해 왔다. 이에 따라 양극과 전지 부품들의 활용이 제한되어 있었던 것이 단점이다.
부식성이 높으면 충전 가능 전압이 제한되어 고에너지 전지를 얻기 어렵다. 이에 이 박사팀은 전지 조립 전에 음극으로 활용할 마그네슘 금속을 반응성 알킬 할라이드 용액에 담그는 간단한 공정으로 마그네슘 표면에 인공보호막을 형성시켰다. 이때 반응면적이 넓은 나노 구조가 함께 형성되어 부식성을 없애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일반적인 전해질에서도 마그네슘의 효율적인 충방전이 가능하게 했다.
이 박사는 "개발된 기술로 활성화 된 마그네슘 금속은 초기 사이클부터 과전압이 0.2V 미만이며 99.5% 이상의 효율을 나타냈다"며 "고에너지밀도 마그네슘 이차전지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발표하기까지 어려움도 컸다. 알킬 할라이드 용액과 마그네슘 반응은 그리냐르 반응이라고 알려진 유기화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반응 중 하나이지만, 기존 학계에서는 용해성 복합화합물을 생산하는데 집중하여 이번 연구 결과에서 제시한 인공 보호막과 같은 고상의 생성물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증명과정에 난항을 겪었다.
이 박사는 "기존에 보고된 바 없던 새로운 소재이다 보니 생성된 보호막의 조성과 두께 등에 대한 분석과 반응 매커니즘을 제시하는 것이 까다로웠다. 다행히 포항가속기 내 KIST 빔라인을 활용해 증명해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그네슘 이차전지는 차차세대 배터리인만큼 갈 길이 멀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이 박사는 "마그네슘 이차전지로 사용할 수 있는 음극과 전해질이 생겼으니 여기에 맞는 양극을 구현하고 높은 에너지밀도와 긴 수명을 갖는 풀셀 설계가 다음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와 열 폭주 억제, 새로운 전해액 개발···3~5년 내 상용화 기대
"전지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전지를 못으로 찌르고 폭파시키는 테스트를 수행했습니다. 저희가 새롭게 개발한 고인화점 전해질을 적용한 전지는 동일한 관통 시험 조건에서 폭파되지 않고 고요하게 유지되었어요. 함께 실험한 학생들과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본 기억이 나네요."
이 박사는 마그네슘 이차전지연구와 함께 상용화에 가까운 연구성과도 냈다. 지난 7월 발표한 리튬이온전지의 화재와 열 폭주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고인화점 유기카보네이트 전해액 개발이다. 이번 연구는 생산기술연구원 백자연 박사와 KAIST 서동화 교수와 함께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전해질은 전지의 안전성, 수명, 출력, 가역용량 등 많은 것을 결정하는 리튬이온의 이동통로다. 오랜 연구개발로 유기카보네이트 전해질이 상용화돼있지만 이 전해질을 구성하는 선형 유기카보네이트가 상온에서도 쉽게 불붙을 수 있어 전지의 발화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선형 유기카보네이트의 분자구조를 제어해 상온에서 점화원에 노출되어도 불이 붙지 않는 새로운 전해질을 개발했다. 또한 개발된 전해액은 충전된 양극과 함께 230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상용 전해액대비 가연성 기체 발생이 37%, 자체발열이 62% 줄었다. 그 결과 실제 4Ah급 리튬이온전지 관통시험에서 신규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화재와 열 폭주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 "연구개발 초기부터 경제성, 환경성, 대량생산 가능성, 기존 전극/부품과의 호환성 등 상용화에 필수적인 조건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 기존 리튬이온전전지 제조 인프라에 즉각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라며 "셀 제조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고안전 리튬이온전지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 연구는 128도 이하에서 불이 붙지 않고 고온노출환경에서 발열이나 가스발생이 상당부분 억제된 것을 확인 한 것으로 우리 연구가 이차전지의 발화나 폭발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화재 발생 빈도를 낮추고 화재 전파와 열폭주를 지연하여 화재 진압시간을 버는데 우리 연구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에너지 꿈꾸던 과학꿈나무 "연구로 지속가능한 사회 기여"
친환경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하기 위한 이차전지 수요는 점점 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박사는 "안전한 배터리는 연구개발만으로는 100%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노후화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측정기술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사용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배터리 안전도 좌지우지된다. 크고 작은 사고, 전지 과충전, 고온노출 등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다"며 "중대형 이차전지는 시장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막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배터리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을 가지며 배터리연구를 시작한 만큼 폐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는 "전지사용이 늘어나면서 향후 5~10년 후 폐전지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폐전지 재활용 기술은 경제성과 에너지효율이 떨어진다"면서 "이차전지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리튬과 코발트 등 유가금속이 포함돼있는 만큼 이를 자원화할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팀은 양극을 분해시키지 않고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는 양극 직접재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