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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방향은 '선도형 과학기술'
윤석진 KIST 원장, 35년 현장경험 담아 '추월의 방정식' 출간 [파이낸셜뉴스] '배는 산으로도 가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윤석진 원장이 한국 연구개발 현장의 최전선에서 증명해 보인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을 한국 과학기술계, 나아가 한국 사회에도 적용해보자고 제언을 담은 책 '추월의 방정식'을 출간했다. 윤석진 원장은 자신의 35년 현장 경험을 바탕 삼아 제도와 정책 차원에서 한국 과학기술계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향후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으로 '선도형 과학기술'을 제시하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조건을 탐문했다. 과학 연구 25년, 연구개발 경영 10년. 연구자이자 경영자인 윤 원장은 2000년대 초 세계 최초로 초소형 선형 모터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해 연구자로서 한국 연구개발의 역할모델을 새로 쓴 한편, 2020년부터는 KIST 원장으로서 연구소의 혁신을 진두지휘했다. 24일 KIST에 따르면, 윤 원장이 현장에서 절감한 것은 위기의식이다. 우선 한국을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견제를 물리치는 동시에, 이미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기술 수준이 한국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우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또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와 '챗GPT'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 질서의 개편까지 예고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런 위기 속에서 노동력과 토지,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투입해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뒤쫓는 요소 주도 성장은 더 이상 한국에 유효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문제를 이해하고 구조화해, 연구개발 주제를 스스로 정의하는 역량이 요구되는 때라는 것이다. 과거 한국이 추격하던 시기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는 오늘날의 '추월의 방정식'에 걸맞은 답이 '배가 산으로 가는' 의도된 비효율성까지 용납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세상에 없었던 혁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회의 필요를 현장에서 날카롭게 포착하고 성과를 내려면 오랜 기간 숙성한 다양한 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과학기술계 오피니언 리더 4인의 인터뷰를 덧붙여 책의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갖춘 것은 물론, 혁신을 위한 이들의 진지한 고민과 날카로운 제언을 함께 담았다.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은 이 책의 서평에 "내게 이 책은 앞으로 펼쳐질 한국 공공 연구개발 혁신의 마중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선도형 과학기술 리더십이 왜 필요한지, 어떤 리더십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깊은 고민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혁신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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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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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수소 생산 위한 직접 해수 수전해 연구 필요
유성종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의 조기 정착화를 위한 필수 요건은 신·재생에너지원과의 연계와 수전해 기술 고도화를 통한 기존 수소생산기술 대비 높은 시장경제성 확보다. 이는 2020년 10월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이행계획과 2021년 발표 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중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린수소 생산 방식은 해상풍력, 조력발전, 파력 발전, 해수 온도차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 에너지원은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특히 해상플랜트 상에 설치되는 직접 해수 수전해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해상플랜트의 신·재생에너지원과의 연계를 통해 공급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경제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기술은 기존의 담수를 사용하는 수전해 방식과 달리 해수를 직접 전해액으로 활용한다. 해상플랜트와 해상풍력발전소 등 다양한 환경에서 수전해 시스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으며 전력 전송 효율 극대화로 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해수에는 다양한 이온과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어 이들이 착물을 형성하거나 산소발생반응과 경쟁하는 염소이온의 산화반응으로 인해 수전해 시스템의 효율성과 장기 내구성이 저하될 수 있다. 현재 고활성 촉매로 귀금속 기반 이리듐(Ir), 루테늄(Ru) 등이 주로 사용되면서 촉매 사용량 저감 기술, 촉매 구조와 형상을 최적화하는 기술, 내구성을 강화하는 기술이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염소이온의 산화 반응으로 인해 생성되는 유독성 기체인 염소(Cl2)는 주로 산성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문제는 높은 pH조건에서 작동하는 알칼리 환경 수전해 기술에서 효과적으로 억제될 수 있다. 하지만 수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과전압 범위에서는 ClO- 생성 위험이 있다. ClO-은 강력한 산화력을 갖고 있어 촉매층의 부식이나 전극층과 고분자막의 물리적 해리와 같은 열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고분자기반 분리막과 이오노머도 중요한 기술적 도전을 안고 있다. 해수 기반 수전해에서 분리막은 두 전극 사이의 단락을 방지하고 생성된 수소와 산소의 혼합을 막는 역할을 하며 이온의 이동을 통해 수전해 반응을 완성시키는 고체전해질 역할을 한다. 이오노머 역시 이온교환소재를 사용해 제조되며 전극 슬러리 제조를 위한 용액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들 소재는 성능과 내구성이 우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분리막은 기체 혼합을 방지하기 위해 낮은 기체 투과도를 가져야 하고 이오노머는 우수한 기체투과도 및 용해도를 가져야 한다. 이오노머는 촉매와의 흡착을 최소화해 전극 성능과 내구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같은 사항들은 직접 해수 수전해 기술의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직접 해수 수전해 전용 막전극접합체(MEA) 부품의 개발에는 몇 가지 기술적 과제가 있다. 해수에 특화된 촉매, 전극, 분리막 및 이오노머를 결합한 MEA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각 구성 소재의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다양한 규모의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고 장기 안정성을 보장하는 MEA 제작이 중요하다. 먼저 정부는 해수 수전해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촉매, 전극, 분리막, 이오노머와 같은 핵심 소재의 개발에 집중돼야 하며 기초 연구부터 응용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의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아울러 해수 수전해 기술과 관련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기술의 도입과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해수 수전해 기술과 관련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장학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기술 교류 및 협력을 증진해 해수 수전해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해수 수전해 기술 발전을 촉진할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그린수소 생산 확대를 실현하는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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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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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일상을 저장하고, 기억을 꺼내어 보는 인공지능 기술
조정현 KIST 인공지능연구단 책임연구원 세상을 포착하는 마법의 기계, 카메라 카메라의 발명은 우리가 세계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글과 그림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그 관념을 표현하는 단순한 도구였다면, 카메라는 그런 복잡한 사고의 과정 없이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고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의 기계였다. 1888년, 초창기 카메라 기술 개발을 선도했던 코닥(Kodak)사가 ‘당신은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요’ 라고 광고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카메라를 이용하여 매우 쉽고 빠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기록했고, 그 기록을 기반으로 우리가 보는 세상의 범위와 인식의 폭을 크게 넓혀 왔다. 카메라가 발명된 지 200여년이 흐른 지금, 카메라의 발전을 돌이켜보면 초기 카메라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지 못했다. 카메라가 포착하는 피사체는 자주 초점이 맞지 않았고, 가시광선의 다양한 색도 표현하지 못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움직임이 있는 피사체도 기록할 수 있는 비디오 카메라를 발명했고, 총천연색을 표현할 수 있는 컬러 필름을 개발했다. 1980년 이후에는 화학 성분에 기반한 컬러 필름을 전자기적 성질에 기반한 디지털 센서와 메모리로 대체할 수 있게 했고, 그 결과 지금은 우리가 매일 생산하고 소비하는 약 300만 테라바이트의 디지털 정보 중 카메라를 이용한 정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카메라를 보완하는 인공지능 기술, ‘인버스 렌더링’ 이렇게 발전을 거듭한 지금의 카메라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을 충분히 담아내게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단적으로, 사진을 출력하는 프린터와 디스플레이 장비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카메라가 포착해야 할 해상도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가상 체험 기기 ‘Meta Quest 3’ 장비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4K 해상도의 영상이 필요하고, Las Vegas에 새로 건립된 Sphere 공연장에는 무려 16K 해상도의 영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과거의 영상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현재와 미래 시점에서 저해상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며, 우리의 기억을 형성하는 감각은 시각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감각적이다. 예를 들어,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따뜻한 난로의 온기, 햇살이 드리운 나무 테이블의 질감과 은은한 커피 향기 같은 정보들이 총체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세계와 기억 속에 녹아 들어 있다. 카메라 기기의 발전과 함께, 컴퓨터 과학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여 태생적으로 한정된 정보만을 포함하고 있는 사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추출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낮은 해상도의 사진을 고화질의 영상으로 복원하는 기술, 색이 없는 사진에 색을 더하는 기술, 더 나아가 공감각적인 정보를 사진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매우 빠른 속도로 개발하고 있다. 마지막에 소개한 기술은 고차원적인 세상의 정보를 2차원 평면의 사진으로 투사하는 렌더링(Rendering) 과정의 역방향의 기술이라는 뜻에서 인버스 렌더링(Inverse-Rendering) 기술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인버스 렌더링 기술(Multi-view Attention Inverse Rendering, MAIR)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은 몇 장의 장면 사진으로부터 사진 안에 포함된 3차원 객체들의 색상과 형태 정보, 공간의 조명 정보, 그리고 객체와 조명 사이의 빛 반사 특성을 결정하는 재질 정보를 유추하는 인버스 렌더링 기술(MAIR)을 개발하여 관련 분야 최고 권위의 CVPR 학회에 발표하였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2차원 사진 속에 3차원 객체를 그림자와 빛 반사를 포함하여 사실적으로 합성하고 시점을 바꿔볼 수 있다. 공간 내 음향 재현 기술과 결합하면 사진 속에 음향을 합성하고 듣는 이의 위치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버스 렌더링 기술에는 일반적으로 동시에 촬영된 많은 수(100장 수준)의 입력 사진이 필요하다. KIST는 이 입력 사진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촬영의 동시성 조건을 완화해도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전 정보를 활용한 인버스 렌더링 기술(ExtremeNeRF)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적은 수의 일반 사진으로부터 그 안에 포함된 다양한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다. 사진으로 일상을 저장하고, 기억을 꺼내어 보는 인공지능 기술 애플(Apple)사는 올해 여름,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는 이름으로 위와 같은 기술들을 망라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 개발을 예고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카메라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그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KIST는 이와 같은 기술 발전에 발 맞추어 올해부터 엠83, KAIST, 고려대와 함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가변시점허용 실사 영상에서의 강인한 3D 객체식별 기술개발” 과제를 통해 일반 사진에 포함된 장면의 여러가지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언어모델 등 사전 학습된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색인하고, 효과적이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공간 컴퓨팅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과 사물의 시각과 청각 정보뿐만 아니라, 향기, 흔적, 감촉, 애착(Attachment)과 공감각적인 분위기(Mood)까지 모두 저장하고 이를 있는 그대로 꺼내어 추억할 수 있는 새로운 카메라와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The Science Times(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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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커뮤니케이션팀
- 작성일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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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R&D 정책서 벗어나야 세계 최초·최고 연구할 수 있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논문·특허 수만 따지니 단기 실적에만 치중 답 없는 문제 연구해야 세계 이끌 수 있어 과제 내면서 연구범위 정하면 카르텔 생겨 문제만 정확히 제시하면 다양한 아이디어 나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32년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란 책에서 당시 주류 이론이던 천동설을 배격하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갈릴레이의 ‘디알로고(Dialogo·대화)’처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66년 미국의 원조로 설립된 한국 최초의 종합 과학기술 연구소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965년 우리 정부에 1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과학기술이 한국의 미래”라며 원조금에 정부 예산 1000만달러를 더 보태서 과학기술 연구소 건립을 지시했다. KIST는 이후 국산 1호 컴퓨터, 자동차와 반도체 원천기술 등을 개발하며 한국의 산업화와 과학 연구를 선도했다. 포항제철소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전자공업 육성 계획을 세워 반도체와 통신장비 개발의 토대를 닦은 것도 KIST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금지 약물 복용 여부를 알아내는 첨단 도핑 분석 기술을 지원했다. 윤석진(尹錫珍·64) KIST 원장은 지난 2020년 비(非) 서울대 토종 과학자 출신으로 처음 KIST 수장에 올랐다. 그는 KIST가 과거처럼 한국 과학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연구원들이 논문 건수에만 연연하지 않도록 평가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지난 4일 KIST에서 만난 윤 원장은 “답이 없는 연구, 불가능한 연구를 하느라 논문이나 특허를 내지 못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도 세계 최고, 세계 최초의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연구하려면 양적 평가에서 벗어나야 –지난 7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윤 원장의 재선임안을 부결시켰다. 기관평가에서 25개 출연연 중 유일하게 ‘매우 우수’ 등급을 받고도 연임에 실패했다. “KIST는 전임 원장 때도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당시 평가는 연구개발이 주였고 이번은 경영만 본 것이다. 기관장으로서 경영 성과를 인정받고도 탈락해 아쉬웠지만 승복했다.” –지난 3년간 경영에서 어떤 일을 했길래 최고 평가를 받았나. “혁신으로 판을 바꿨다. KIST가 그동안 잘 했지만, 세계 최고, 세계 최초 연구를 한 것은 아니잖나. 박사후연구원 시절 지도 교수의 연구를 이어받아 적절하게 기업의 수요에 대응한 거다. 이제는 KIST가 세계를 이끌 연구를 해서 한국 과학기술의 혁신에 길라잡이가 돼보자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다고 보는지. “연구자 평가를 최고 등급인 S부터 A~D 5단계이던 걸 S·A·D 3등급으로 간소화했다. 출연연은 그동안 논문이나 특허 수 같은 정량 평가에 매달렸다. 그러다 보니 수를 늘리기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했다. 타율 생각하느라 삼진 가능성이 큰 홈런 칠 생각 안 하고 안타만 노리는 것과 같았다. KIST는 분야 특성을 인정하는 수월성 평가를 해서 답이 없는 연구, 불가능해 보이는 연구를 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평가제도를 바꾸고 어떤 성과가 있었나. “논문·특허의 양적 증가보다 질적 수준 향상으로 전환됐다. 논문 수는 조금 떨어졌지만 좋은 저널에 내는 수는 크게 늘었다. 5년간 책임급 승격률이 21%에 그칠 정도로 심사가 엄격했지만, 연구자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과정을 수학으로 예측한 연구는 예전 같으면 명함도 못 내밀었겠지만, 지금은 KIST 최고상을 주는 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KIST가 출연연의 맏형이지만 이제는 전문연구기관들이 많아졌다.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KIST는 ‘빅사이언스(Big Science)’를 해야 한다. 기술에 비중을 주면 겹칠 수 있다. 과학에 치중하면 기초과학연구원(IBS) 같은 곳과 차별되지 않는다. KIST는 기초와 응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해야 한다. 뇌를 모방한 반도체나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뇌 연구 같은 걸 해야 한다.” ◇난제에 도전해야 세계 최초 연구 가능 –실제로 KIST의 연구 내용은 과거 출연연이 하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났다. “초고난도 연구에 도전하는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를 시작했다. 그랜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국가에 헌신하는(Globally Recognized and Nationally Dedicating)’이란 뜻의 영문 약자이다. 자폐 진단과 치료, 노화 제어, 시각 복원, 바르는 태양전지, 췌장암 치료, 전도성 목재 등 6가지 도전과제를 선정했다. 모두 인류와 국가의 당면 과제인 질병과 노화, 에너지, 기후변화 문제에 바로 도전하는 것이다.” –KIST 연구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출연연은 기업이나 대학이 뛰어들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과거 아폴로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 대학, 기업에서 개발된 다양한 기술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냈듯, KIST가 대학, 기업과의 협력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KIST에 기업 연구자들도 있다는데. “LG화학, 포스코 등 대기업들과 KIST의 원천기술로 탄소 중립, 기후변화에 대응할 신산업을 개척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기업과 공동연구실도 마련했다. 대학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도 활발하다. 양자컴퓨팅연구소는 한양대 교수가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주일에 3~4일씩 KIST에 온다.” –KIST에서 스타트업 오디션 대회를 열고 지원까지 한다고 들었다. “민간 투자기관(VC)이 창업팀 선발에서 교육, 투자까지 참여하는 오디션 방식의 창업학교 프로그램(GRaND-K)을 만들었다. 투자기관과 창업팀을 1대 1로 연결해 성공 비결을 전수했다. KIST 연구자의 창업 겸직, 휴직 기간을 3년에서 겸직 2+2년, 휴직 2년으로 개선해 창업 동기부여를 강화했다.” ◇개도국 수준 과학정책은 이제 한계 –지금 한국의 과학은 어느 단계에 있다고 보나. “개발도상국에 맞는 연구개발(R&D) 정책을 개선하면서 지금까지 가져왔다. K팝처럼 한국적인 R&D 정책으로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제는 추격으로는 안 되고 선도자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개도국 정책으로는 안 된다. 연구 과제 발굴, 기획부터 평가까지 모든 걸 새롭게 해야 한다.” –세계 과학을 이끄는 미국 방식으로 가야 하나. “미국은 PM(Project Manager, 과제책임자)들이 전권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역량이나 행정력을 인정받는 연구자들이 많아 PM을 찾기 쉽다. 우리는 그만한 인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3년쯤 지나 실적 없다고 비판하고, 또 정권 바뀌면 물갈이 운운하니 PM이 힘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우리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KIST에서 개인 평가하는 문화는 바꿨지만, 아직 시스템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최근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과학계의 카르텔을 비판했다. 그런 비판을 받을 만했다. R&D 기획을 할 때 끼리끼리 모이기 때문이다.” –과제 기획부터 연구자가 한정된다는 말인가. “연구 과제를 발주하면서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제시하는 게 문제다. 3D(입체) 프린터 과제를 내면서 재료를 금속으로 한다는 식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렇게 답을 정해놓고 문제를 내면 참여할 사람이 뻔히 정해진다. 그러지 말고 왜 연구를 하는지 방향만 제시해야 한다. 3D 프린터의 효율 향상이 목표라든지, 아니면 양산에 적합하다든지 하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뛰어들 것이다.” –RFP 대신 문제 정의서를 주자고 했다. 어떤 개념인가. “미세먼지 때문에 국민 생활이 이렇게 저렇게 나빠진다. 미세먼지를 절감할 방법을 고민해보자. 이런 게 문제 정의서이다. 문제를 주면 연구자들이 다양하게 풀 것이다. 내가 출연연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있을 때 시도한 것이다.” ◇대학, 기업 넘어 국민, 사회와 협력도 필수 –KIST는 지난 3월 출연연 중 처음으로 공익재단인 KIST미래재단을 설립했다. 대학도 아닌 출연연이 기부금을 받는 재단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재단은 지난 2012년부터 KIST 직원 400여명이 연봉 1%씩을 기부해 모은 14억9000만원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KT&G 장학재단과 이든앤앨리스 마케팅, 포스코그룹 등으로부터 후원 약정을 받았다. 교수나 기업 연구원이 정년 때문에 연구를 중단하는 게 안타까웠다. 재단은 기부금을 국내외 대학·기업의 석학급교수·연구원을 유치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학문 후속 세대 육성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맞는 말이다. 미래재단은 박사후연구원들에게 안정적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고, 과학고, 영재고 대상 장학사업과 소외지역과 계층에 대한 지원사업, 개발도상국 대학과 연구소와 협력 사업 등에도 기부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과학계가 인류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려면 연구자, 연구기관의 융합을 넘어 국민, 사회와도 협력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회 곳곳에서 기술적 요구사항을 해석하고 그들과 협력해 연구자들이 찾은 답이 적합한지 평가해야 한다. 국민과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험실과 현장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연구자에 대한 국민적 지원을 유도할 수 있다.” ☞윤석진 원장 1959년 전북 익산 출생.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으며, KIST 박막재료연구센터장과 재료·소자본부장,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장, 연구기획조정본부장, 부원장을 거쳤다. 윤 원장은 연구원 시절 문제해결형 연구에서 독보적 능력을 입증했다. 2000년대 초 직선 운동이 가능한 초소형 리니어 모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내 디지털카메라에서 상용화시켰다. 당시 기술은 관성의 법칙을 응용한 것인데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급제동했을 때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시절 10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융합연구단 10개, 20억원 규모의 창의형 융합연구과제 20개를 선정해 출연연의 융합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KIST 원장 퇴임 후에는 기업이나 지역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출처 : 조선비즈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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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커뮤니케이션팀
- 작성일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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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자
윤석진 KIST 원장 우리 경제에 드리운 암운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의 추이를 보면 앞날이 두려울 정도다. OECD가 전망한 올해 우리 잠재성장률은 10년 전의 절반에 불과한 1.9%로, 사상 첫 1%대를 기록했다. 이를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내년에도 회복은커녕 1.7%로 하락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주요국에서 최근 몇 년간 잠재성장률이 다시 오르는 추세와는 정반대다. 이미 일본처럼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 제로성장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일까? 더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할 시점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자국 우선주의, 기술패권 경쟁, 세계 각지에서의 전쟁 발발 등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에 맞닥뜨린 독일의 상황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내연기관차, 기계 등 전통적 제조업에 집중하다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에너지 공급과 높은 중국 의존도에 따른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의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다. 과거에 누려왔던 젊은 인구구조의 혜택이 희석될 암울한 미래를 대비해 성장 엔진의 본질적 구조를 손봐야 할 때이다.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 혁신의 결과를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켜 줄 역동적인 혁신생태계 조성이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기존의 틀을 깨는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이를 내재화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의 분야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지만 그 이후를 담보해 줄 미래 먹거리가 분명치 않다. 다만 절실함이 앞서 폐쇄적 혁신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겠다. 급한 만큼 차분히 주변으로도 눈을 돌려보라 권한다. 특히 지난 50여 년 동안 그 자리에서 꾸준히 미래를 준비해 온 공공 R&D 부문의 원천기술은 위기의 돌파구 마련에 큰 힘이 되어주리라. 개발된 기술을 기업이 이전받고, 산업화까지 지난한 과정을 밟는 과거의 선형적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혁신은 기술이 사업화되는 모든 과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위해 혁신 주체들이 더욱 자주, 긴밀히 소통하며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공동연구실 운영, 인력교류 등을 통한 KIST와 대기업 간 협력체계는 좋은 사례다. KIST는 보유 중인 미래 원천기술로 LG화학과는 탄소중립, 포스코와는 인공지능, 수소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신산업 개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혁신생태계 조성의 성패를 가를 다른 한 축은 기술 기반의 창업 활성화다. 기술 창업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담당함으로써 건강한 혁신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이 된다. 최근 미국 보스턴이 혁신생태계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까닭은 바이오부터 AI, 로보틱스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천 개의 창업기업이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창업 열풍으로 많은 기술 창업기업이 생겨났었지만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올바른 기업가정신의 부재, 개발된 기술들이 산업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외면받은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그동안 성공 사례가 축적되었음은 물론이고 사회의 눈높이에 맞는 창업 의식도 갖췄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연구자들의 용기에 더해 엑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 기술지주회사 등 투자와 행정을 도와줄 인프라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어떨까? 우리도 보스턴 부럽지 않은 세계적인 혁신생태계를 키워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뭉친 기업과 연구기관 간 협력, 그리고 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로 만들어질 혁신생태계가 꺼져가는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길 희망한다. 출처 : 한국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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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 대뇌 오가노이드, AI 미래 바꾼다
김형준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최근 10년 동안 인공지능(AI)은 놀라운 발전을 거뒀다.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운전하는 자율주행기술과 같이 인간의 작업을 자동화할 뿐만 아니라 AI의 작품이 미술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AI가 우리 일상에서 사용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한계 역시 존재한다. 현재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는 학습을 위해 일반 가구에서 소비하는 일일 전력량의 10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로 인해 약 5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AI는 아직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지 못하며, 복잡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지는 AI의 개발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의 하나는 뇌의 복잡성이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이 신경세포들은 뇌의 영역과 기능에 따라 다양하게 동작한다. 또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관계 학습 및 예측과 같은 고차원의 인지 기능을 수행한다. 현재의 AI 기술은 이러한 신경세포의 다양성과 신경망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뇌를 구성하는 다양한 신경세포의 연결 규칙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모방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대뇌 오가노이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인간 유도 만능 줄기세포에서 유래된 3차원 조직 모델로,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실험적 모델로 많이 사용되지만, 뇌의 미세구조와 기능을 모방했기 때문에 최근 AI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뇌 오가노이드는 뇌의 신경세포, 신경교세포, 혈관세포 등을 포함해 인간의 뇌와 유사한 신경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대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AI 연구는 인간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인간 수준의 학습 및 추론 능력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의 한 가지 방향은 AI의 학습 과정을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모델을 대뇌 오가노이드에 연결해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대뇌 오가노이드의 신경세포 활동을 모니터링해 학습 과정을 이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21년에 인디애나대학교 연구진은 대뇌 오가노이드에 연결된 AI 모델을 사용해 수학 방정식을 푸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AI 모델이 대뇌 오가노이드의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의 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의 또 다른 방향은 AI의 인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을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설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진은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인간의 뇌에서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했다. 이 연구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현재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는 인간 뇌와 AI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수준의 지능을 모델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AI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대뇌 오가노이드를 정밀하게 배양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술, 대뇌 오가노이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경 세포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전극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뇌 오가노이드를 통해 두뇌의 효율적인 정보처리 비밀을 밝혀낼 수 있는 분석 및 모델링 기술, 그리고 이러한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전자 소자 및 시스템으로 모사할 수 있는 소자 기술과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는 현재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잠재력은 매우 크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인간의 뇌를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뇌 오가노이드를 다루고 관찰하기 위한 관련 기술들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는 AI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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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6차 대멸종’ 앞둔 지구의 마지막 경고… 이산화탄소 잡아라
이웅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과학 라운지] 이산화탄소 포집, 원료로 바꾸는 CCU 기술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 지구가 탄생한 이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로 약 2억5200만 년 전의 페름기 대멸종이 있었는데, 당시 해양 생물 96%와 육상 척추동물 70%가 멸종했다. 대멸종의 원인은 바로 ‘이산화탄소’였다.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대량 방출되면서 지구 평균온도가 6도 가까이 상승했고, 해양에 녹아 들어간 이산화탄소로 바다가 산성화돼 많은 생물종을 사라지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세 멸종’으로 불리는 6차 대멸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류세(인간세, Anthropocene)’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파울 크뤼천이 2000년대 초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오늘날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지구 환경의 극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지질시대의 구분을 뜻한다.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과 인류세 멸종을 연관 짓는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인간이 자연을 압도하고 기후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파리협정으로 촉발된 탄소중립, 탄소저감 관련 정책들을 살펴보면 결국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인류의 동력을 당장 친환경 에너지로 100%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석탄, 석유를 사용하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은 대기 중 또는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메탄올과 같은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해 산업 원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한국은 203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제철소, 화력발전소 등에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설치해 탄소를 분리하고 모아두는 설비를 이미 갖추고 있다. 하지만 현재 CCU 기술 수준에서 단시간 내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저하시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루에 포집할 수 있는 최대 탄소량은 200톤 정도에 불과해 선진국 수준인 5000톤 이상으로 포집량을 늘리려면 대규모 실증 시설 확대가 필수적이다. CCU 기술은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개발해 시범운영 중인 직접탄소포집(DAC) 기술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한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모든 가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의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술 개발과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 출처 : 조선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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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의 파란불은 왜 초록색일까
서민아 KIST 센서시스템견구센터 책임연구원 [아무튼, 주말] [서민아의 물리학자의 팔레트] 나는 한때 낯선 나라, 도시에 갈 때면 건널목 신호등이 다 다른 색과 모양을 가진 것을 유심히 보고 사진으로 모아본 적이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초록색과 붉은색으로만 만든 신호등이 있고, 또 어떤 곳에는 안에 걷는 사람이나 서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걷는 사람의 모양도 힘차게 팔을 흔들며 걷는 모양,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모양이 제각기 달라서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는 신호등을 파란불과 빨간불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파란색이 아니라 초록 불빛이 아닌가. 그런데 매우 드물지만 어떤 도시의 신호등은 실제로 파란색이기도 했다. 왜 미세하게 색과 모양, 그리고 실제 색과 부르는 이름이 다른 걸까. 그렇게 시작된 표지판 색에 대한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몇 가지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했다. 파란색과 초록색은 색깔을 나타내는 스펙트럼에서 근처에 존재하는 색이다. 우리말에서도 파란색과 초록색은 푸르다는 넓은 의미에 포함되어 두루두루 함께 쓰인다. 실제 초록색인 숲도 푸른 숲이라고 하듯이. 이는 ‘푸르다’는 폭넓은 의미를 가진 언어가 오랫동안 지배적으로 쓰였고, 후에 색에 대한 개념이 세분화됐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언어권에 따라 초록색과 파란색을 구분하거나 묶어서 부르는 경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초록색이 신호등이나 안내판에 많이 사용되지만 이를 ‘파란불’이라고 부르는 건 넓은 의미에서 푸른색으로 통칭하던 데서 왔다. ‘일곱 빛깔 무지개’란 표현도 뉴턴이 처음 프리즘으로 빛을 나누었을 당시 조화로운 의미로 쓰인 일곱이라는 숫자를 도입하여 나눈 것이지, 다른 숫자를 적용했다면 무지개색은 열두 색이 되었을 수도 있다. 색의 스펙트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서 어디까지 노란색이고 초록색인지 경계가 불분명하고, 그 사이에 연두색도 있지 않은가! 적도 부근의 중앙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나라들에서는 유독 자외선(무지개색 스펙트럼에서 보라색의 바깥에 존재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색)이 매우 세다. 이런 나라에서 유독 파란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부른다는 학설도 있다. 보통의 경우 초록색으로 보이는 물체가 과도한 자외선 빛에서는 파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해서 부른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의 진화와 색의 명명은 문화, 역사 및 지각 능력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에 한 가지 근거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름은 그렇게 불린다고 하고, 정작 신호등에서 멈춤 신호는 빨간불인데, 지나가도 좋다는 사인은 왜 초록색일까. 또 비상구 표지판은 왜 초록색일까. 사람에게 ‘금지’라든가 주의를 시키는 표지판은 강한 인상을 주고 시선을 끌기 위해 빨간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건물이나 계단 등의 비상구 표시는 신호등 색처럼 초록색이다. 비상 상황에서 출구 위치를 알려주는 이 사인은 정전같이 어두운 환경에서 사람 눈이 보이는 반응으로 결정된다. 사람의 눈은 밝은 곳에서는 붉은색을 강하게 인지하지만, 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초록색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망막에 색을 인지하는 세포들이 있는데, 우리가 빛의 삼원색이라고 부르는 빨강, 초록, 파랑(Red, Green, Blue)에 각각 반응하는 원추세포들이 존재한다. 이 중 빨간색은 자연의 색과 가장 보색이면서 구분이 되고, 가장 긴 파장을 가져서 산란이 적게 일어나 먼 곳에서도 식별할 수 있다. 주의나 경고 표지판에 많이 쓰이는 이유다. 이 외에도 빛의 명암을 인지하는 간상세포가 따로 존재하는데, 이는 매우 약한 빛의 명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두운 곳에서는 색을 구별하는 원추세포보다 간상세포가 활발하게 반응하고, 이 간상세포는 특별히 초록색에 조금 더 민감하다. 정전 같은 어두운 환경에서는 빨간 불빛보다 이 간상세포가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초록 불빛이 사람들의 시야에 잘 들어온다. 우리가 규칙이나 규범이라고 정의하고 지켜야 하는 것들 대부분은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간의 약속, 언어와 문화적 배경으로 정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듯 기저에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색깔에 관계된 규칙이라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으리라. 빛과 색의 과학은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출처 : 조선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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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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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마음을 읽다
남기표 KIST 인공지능연구단 선임연구원 [과학라운지] “당신은 사람을 죽인 적이 있습니까?” “네.”, 당황하는 수사관들. “당신은 남편 임호신을 죽였습니까?”, “아니요.” 영화 ‘헤어질 결심’ 가운데 인상 깊었던 거짓말 탐지기 장면이다. 거짓말 탐지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신문하는 장면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짓말 탐지기의 공식 명칭은 ‘폴리그래프’이고, 사람들이 거짓을 진술할 때 평소와는 다른 신체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활용해 호흡, 맥박 등의 생체 신호 반응 그래프로 진실 여부를 판단한다. 안면 이미지를 분석해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AI를 기반으로 영상에 나타난 대상자의 표정, 미세한 떨림 등을 바탕으로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이 같은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감정 인식은 여전히 난해한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감정이 가장 크게 표출되는 신체 기관은 얼굴이지만, 얼굴 표정이 모든 감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감정을 정확히 판단하기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 얼굴 정보뿐만 아니라 얼굴 내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동공의 크기 변화 등 자율 신경계 반응 정보도 함께 활용되어야 한다. KIST는 사람의 감정을 판단하기 위해서 안면 영상에서 다양한 특징을 분석할 수 있는 AI 기반 생체 신호 감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얼굴 표정과 더불어 눈 깜빡임 빈도, 동공의 움직임 속도, 시선의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추출해 이를 신호화하고, 분석하는 연구다. 영상을 통한 비접촉식 심박수 추출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신체의 내적 생체 신호와 얼굴로 표출되는 외적 생체 신호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고성능 감정 판단 기술 설계도 진행 중이다. 이런 기술을 토대로 범죄 수사에서 용의자의 신문뿐만 아니라 출입국 심사 시 밀반입을 시도하려는 대상자를 선별하거나 보이스피싱 피해자 감지 및 예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 한 발 더 나아가 대상자의 감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나 스마트 홈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다. 물론 지금의 AI 기반의 생체 신호 감지 기술은 CCTV 등과 같은 일상생활 환경이 아닌 표준화된 상태에서만 작동할 수 있어서 궁극적인 설루션이 아닌 보조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술을 성숙시키는 과정과 함께 범죄 수사 등에서 더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실증 데이터를 쌓아간다면 사회 안전망의 핵심적인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조선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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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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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 '확률론적 컴퓨팅'
김형준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트랜지스터가 개발된 지 75년이 훌쩍 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작동 원리의 트랜지스터로 디지털 컴퓨터를 만들고, 안정적인 0과 1에 기반한 디지털 비트 또한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컴퓨팅 분야는 언뜻 보아서는 획기적인 변화 없이 점진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양자 중첩 현상에 기반한 양자비트, 즉 큐비트(qubit)를 활용한 양자컴퓨터가 실험실 수준에 벗어나 IBM, 구글, 인텔 등 거대 IT 기업들을 필두로 상용화 혹은 매우 복잡한 계산을 통한 실용적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활발히 모색 중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0과 1의 디지털 비트와 달리 0과 1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0 또는 1을 가질 수 있는 확률로 존재하지만 측정하는 순간 0 또는 1의 한 가지 상태만 갖게 된다. 이러한 양자적 현상이 양자 알고리즘과 결합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준까지 도달하기에는 긴 시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0과 1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비트를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에 따라 0과 1의 상태가 변하는 비트를 생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동전 던지기를 하면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각각 50%이듯 이러한 확률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정한 비트로는 정보를 안정적으로 저장해야 하는 저장매체는 커녕 디지털 컴퓨터로도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무작위 비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의 컴퓨팅이 제안되었고 이를 '확률론적 컴퓨팅'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무작위 비트를 활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탐색해야 하는 최적화 문제, 암호학,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미 특정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진 가장 빠른 알고리즘의 성능에 필적하거나 그것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어서 전 세계가 그 놀라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확률론적 컴퓨팅의 급격한 발전 속도는 적절한 알고리즘의 개발과 더불어 그것이 갖고 있는 물리적 장점에 기인한다. 무작위 비트는 우리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첨단 반도체 소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그 특성은 대부분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새로운 방식의 컴퓨팅 기술로 발전할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극저온에서도 막기 힘든 잡음과 그로 인한 오류 정정 문제로 활용 가능한 비트 수를 쉽게 늘리지 못하는 양자 컴퓨터와는 차별화되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초전도체, 광자 등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지 않는 물질을 필요로 하는 양자컴퓨팅과 달리 확률론적 컴퓨팅은 기존 반도체 공정 프로세스와 메모리 반도체에 사용되는 물질을 사용한다는 점도 기술개발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확률론적 컴퓨팅과 양자 컴퓨팅을 동시에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은 우리가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더 넓은 범위의 선택지와 상호 보완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가 그러하듯 확률론적 컴퓨터도 우리가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범용 컴퓨터로 발전하기에는 많은 제약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교통신호등 체계를 최적화하여 교통 흐름을 더욱 원활하게 하거나 미래에 등장할 드론과 플라잉택시와 같은 도심항공교통이 안전하게 최적 경로를 실시간으로 찾는데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소자, 회로, 알고리즘 개발 등이 함께 필요하다. 확률론적 컴퓨터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 차세대 컴퓨팅으로 기초 연구를 통해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적 원천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다양한 차세대 컴퓨팅 기술 개발이 한창인 지금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초창기 기술의 선점효과 뿐만 아니라 관련 지식재산권 확보와 나아가 기술패권 경쟁 시대의 훌륭한 자산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출처 : 머니투데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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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 소녀' 속 파란색은 왜 특별해 보일까
서민아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아무튼, 주말] [서민아의 물리학자의 팔레트] 대중 강연에서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물리학자 뉴턴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사과! 맞는다. 뉴턴 하면 사과지. 그런데 정작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에게 뉴턴 하면? 답은 ‘무지개’다. 뉴턴은 프리즘으로 우리가 하얗다고 생각하는 햇빛 속에 일곱 빛깔 무지개(빨주노초파남보)가 숨어 있음을, 그리고 프리즘을 이용해 이 색깔을 나누어 펼쳐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책에 밝힌 사람이다. 그것이 바로 빛의 과학, 광학(光學·Optics)의 시작이었다. 최근에는 흑백사진 속에서 색깔 맞추기, 드레스가 파란색으로 보이냐 흰색으로 보이냐 등 ‘보이는 색깔’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그래서 답이 뭐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사람에 따라 밝은 곳에 놓인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두운 곳에 놓인 흰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람마다 색을 보는 시각 세포의 민감도가 조금씩 다르고,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을 통과한 빛의 양뿐만 아니라 뇌의 ‘판단’이 더해져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저마다 다르게 ‘착시’를 겪는다는 뜻이다. 빛과 색은 다르다. 빛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분석하는 것은 엄밀하게 뉴턴이 이끌던 과학의 영역이고 색에 대해 다가가는 것은 좀 더 예술적이고 인문학적 접근이다. ‘색깔’이라는 것은 빛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이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빛에서 출발해, 우리의 기억을 관통하여 언어화된 색의 유희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갑자기 왜 이렇게 색깔에 대한 이슈와 논쟁이 늘어난 걸까. 어쩌면 ‘빛과 색’의 관계에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생긴 일종의 새로운 흐름이 아닐까. 지금부터는 우리가 아는 색깔에 대한 절대적이고 단편적인 정답을 과감하게 버려보자. 빛이 어떤 마법을 부려 우리가 그렇게 색을 바라보게 된 건지 그 숨겨진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내 볼까 한다. 어디서 출발할까. 색의 비밀에 대해 한 걸음 다가가려고 하니 곧바로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색은 무슨 색일까?” 빛과 색의 관계를 연구하는 처지에서는 파랑이 단연 1순위다. 수많은 색 중에서도 파랑은 유독 자연에 없는 색이다. 자연에 흔하게 존재하지 않기에, 오랜 역사에서 많은 사람이 가장 갈망해 온 색이 바로 파랑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늘이나 바다의 파란색은 그 자체가 파란색 색소를 지닌 게 아니다. 파란색 빛이 산란을 많이 일으켜 눈으로 들어와 ‘파랗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화가들에게 이 귀한 색깔은 특별했다. 우리에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알려진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는 울트라마린(청금석)이라는 보석에서 추출한 파란색 물감을 즐겨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파랗게 보이는 부분에만 파란 물감을 칠하지 않았다. 가령 흰색 커튼이나 앞치마 등 밝은 색 사물은 햇빛을 받은 부분은 다소 노랗게 보이고, 그늘져 어두운 부분에서는 푸른빛이 돈다는 과학적 사실을 직관적으로 간파하고 있었다. 빛과 색이 어떻게 캔버스 위에서 함께 어울려 춤출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고흐도 과학자만큼이나 파란색에 민감했다. 다행히 고흐가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는 다양한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값싼 파란색이 등장했다. 그는 코발트블루라는 파란색에 들어가는 원소의 비율을 의식해 물감 제조사를 고를 만큼 색을 고르는 데 신중하고 애착이 있었다. 그에게 파란색은 단순히 하늘의 푸르름을 표현하는 색이 아니었던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명화 속 하늘의 파란색을 떠올려 보자. 그에게 노란색이 사랑의 표현이자 생의 에너지였다면, 그와 대비되는 어두운 파란색은 내면의 깊은 심연을 의미했다. 파란색을 사랑한 화가들은 특별히 빛의 효과를 의식해 그리거나, 색을 선택하고 만들 때 신중함을 보였다. 마치 과학자들처럼. 화가들은 파란색 물감을 이용해 수백 년 전의 빛을 화폭에 담아 놓았다. 기나긴 팬데믹이 끝나며 미술관들이 다시 문을 활짝 열었다. 화창한 여름날에 어느 미술관에 찾아 들어가 화가들이 숨겨둔 파랑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 옛날 빛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행운을 당신도 누릴 수 있기를. 출처 : 조선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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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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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의 전쟁 끝낼 ‘히어로’가 온다
서승범 KIST 헬스케어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 [과학 라운지] 박테리아로 만든 ‘마이크로 로봇’ 항암제 싣고 암 조직에 직접 전달 단순히 약 전달을 넘어 체내에서 항암 단백질 만들어 암세포 제거 1890년대 미국의 종양학자 윌리엄 콜리는 암 환자를 치료하던 중 패혈증으로 사망한 환자가 누워 있었던 병상에 암 환자를 눕혔더니 암 크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박테리아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단서를 찾은 콜리는 죽은 박테리아로 만든 혼합물인 ‘콜리 독소’(Coley’s Toxin)를 환자들에게 투여했다. 치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임상 치료였기에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오늘날 그는 면역항암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박테리아, 즉 세균은 공기나 흙에도 존재하지만 몸속에서 살기도 하는 생명체로 독자 생존이 가능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동력이 있다. 다른 세포에 기생해야만 하는 단백질인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생활폐기물 등을 분해해 자연을 정화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독소를 분비해 식중독, 파상풍, 폐렴 등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매일 아침 장건강을 위해 챙겨먹는 프로바이오틱스도 일종의 박테리아인데, 이처럼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박테리아의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몸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간의 체내에 침투하는 마이크로 로봇으로 만들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암 치료다. 산소가 부족한 암 조직 주변에서도 증식이 가능한 혐기성 박테리아의 특성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연구를 통해 발견한 다양한 항암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DNA를 삽입하게 되면, 박테리아는 단순한 약물 전달자가 아니라 항암 단백질을 생산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체내에 주입된 박테리아가 암세포에 도달하면, 초음파 또는 특정 화학물질과 같은 외부적 자극을 통해 항암 단백질을 생산한다. 목표물까지 신속하게 이동해 항암 단백질을 생산, 암세포를 제거한다. 이런 연구는 기존 치료법의 문제, 즉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를 파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항암제를 실은 박테리아가 암 조직까지 이동해 증식한다면 정상 세포가 파괴될 염려는 없다. 한편, 3세대 암 치료법인 면역항암의 과정에서 박테리아는 직접 암 세포를 공격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를 돕기도 한다. 면역항암은 환자 스스로의 면역 강화를 통한 치료라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교활한 암세포가 정상 세포인 척 자신을 숨길 경우에도 면역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치료법이다. 암 조직에 도달한 박테리아는 면역 항암이 가능하도록 면역세포를 불러 모으고, 면역 반응물질도 분비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최근 박테리아에 항암제를 탑재해 암 조직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한 후 항암 및 면역 기폭 물질을 분비하는 치료 방법이 동물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암세포가 자리 잡은 순간부터 사람의 몸속은 치열한 전쟁터가 된다. 면역세포만으로 물리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 적은 너무 강하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빠르게 전선으로 이동, 효과적인 무기를 사용해 적을 제압하고, 면역세포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다재다능한 박테리아 로봇이 곧 등장할 테니까. 연구의 단서는 일상을 다르게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화장실의 물때에 불과한 존재일 수도 있는 박테리아를 암의 진단, 치료, 예방에 널리 활용하는 연구가 이미 동물 실험 단계에 진입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사전에서 ‘박테리아’를 검색하면, ‘암 치료에 사용되는 미생물’이라는 새로운 정의가 소개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출처 : 조선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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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커뮤니케이션팀
- 작성일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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