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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더한 ‘홀로그램’, 우리 일상 바꾼다
강민구 KIST 인공지능연구단 선임연구원 순간이동, 이른바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은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기술로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손오공)이 행성을 오가며 지구인을 구할 때 사용하던 초능력이다. 이를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21년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이라는 기술로 의료진을 지구 밖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순간이동하는 것처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꿈같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홀로포테이션은 ‘홀로그램(Hologram)’과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을 합성한 말이다. 실물에 대한 홀로그램을 생성하고, 특정 공간에 그 홀로그램 영상을 전송해 재현함으로써 그 공간에 마치 실물이 존재하는 것 같은 효과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홀로그램 기술은 전통적으로 실감 콘텐츠 재현을 목적으로 주로 연구되었으나, 이제는 홀로포테이션과 같은 응용기술의 개발로 인류의 사회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역할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물리적, 정신적 교류 단절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때에 홀로그램 기술은 비대면 진료, 원격 지도와 같은 응용 서비스를 위한 핵심 원천 기술이 된다. 이를 활용하면 인류의 고립감을 기술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주목받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나 ‘메타버스(Metaverse)’와 같은 비대면·원격 협업을 위한 기술 또한 궁극적으로 홀로그램을 시대적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가는 응용 서비스의 예로 꼽힌다. 홀로그램은 기원전 300년경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양안시차(兩眼視差) 연구에서부터 15세기 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근법 연구, 19세기 영국의 찰스 휘트스톤의 입체거울 실험, 20세기의 데니스 가보르의 홀로그래피 연구에 이르기까지 아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상적인 홀로그램은 완전한 입체감을 재현하는 기술로 관찰자가 응시하는 곳에 하나의 상으로 부피감 있게 존재해야 하며, 수정체의 초점 조절에 반응 가능하고, 위치에 대응하여 물체의 자연스러운 측면이 관찰되는 운동시차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홀로그램 기술은 재현 가능한 영상의 크기에 비해 장치의 부피가 지나치게 크고, 홀로그램의 해상도나 품질에 비해 비용이 너무 높아 실질적인 상용화가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산업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와 같이 원근법을 이용한 시각적 착시로 입체감과 공간감을 제공하는 ‘유사 홀로그램’ 기술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에서의 홀로그램의 적용은 시기상조일까. 대답은 당연히 “아니요”다. 이상적인 홀로그램은 아니지만,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초다시점(Super Multi-View) 디스플레이, 근안(Near-Eye Display) 디스플레이 등 완전입체 효과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입체 영상 재현 기술의 개발을 통해 이상적인 홀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체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한 실증 연구를 통해 일상에서의 홀로그램 응용 서비스가 운용되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CT, MRI 등 기존 의료 영상을 3D 모델로 자동 변환해 2D 모니터가 아닌 홀로그램 장치로 재현하고, 의사가 영화 ‘아이언맨’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홀로그램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몸을 투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소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군수 분야에서는 전차 내부의 조종사가 전차 외부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전방위 상황 정보를 홀로그램으로 재현하고, 이를 관찰하면서 안전하게 전차를 조종하는 기술이 개발돼 국산 전차에도 적용됐다. 이와 유사하게 원격지 지휘관이 현장의 경계 감시 업무를 수행 중인 병사의 1인칭 시점 영상으로부터 수집되는 경계 감시 인식 정보를 홀로그램 장치로 관제하는 홀로그램 기술이 개발돼 실제 전투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홀로그램 기술은 전에 없었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홀로그래픽 비대면 화상회의, 홀로그래픽 인공지능 비서 등 시공간을 초월하는 홀로그램 응용 서비스를 통해 인류 사회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된다. 출처: 조선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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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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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치료의 염증 제어 원리, 신경과학으로 밝혀
남민호 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하버드대에서 국제학술지 ‘뉴런(Neuron)’과 ‘네이터(Nature)’에 발표한 논문 가운데 한의 치료의 과학적 원리를 밝힌 연구들이 있다. 침 치료가 전신의 염증을 제어하는 기전을 신경회로와 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무릎 아래 족삼리(足三里)로 불리는 부위의 경혈(經穴·acupoint)을 자극했을 때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특정 감각신경세포를 발견했고, 이로부터 시작해 좌골신경·미주신경·부신으로 이어지는 항염증 신경회로를 규명했다. 이는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힌 사례이고 신경과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발견이다. 다양한 신경 조절 기술이 의료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과학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의학은 과학을 발전시키는 도구로도 효과적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의치료 중 침치료는 물리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의료 기술이다. 이러한 말초신경자극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한의사들은 침을 맞은 환자가 묵직하거나 당기는 느낌이 들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침을 자극해 왔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금속 재질인 침에 전류를 흘리는 치료가 활용되고 있고, 초음파를 이용해 침의 말초신경 자극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적절한 말초신경자극이 뇌 안의 신경회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뇌를 직접 자극하는 뇌심부 자극술은 파킨슨병과 같은 특정 뇌질환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보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두개골을 천공(穿孔)하고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말초신경자극으로 뇌 심부의 신경회로를 조절해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면, 안전한 말초신경 자극술로 꼽히는 침 치료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처럼 난치성 뇌질환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학은 박제된 의학으로 박물관에 보존되어야 할 전통이 아니라 미래 의학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학문이다. 과학에 기반한 한의 임상 효과의 이해는 생명과학과 현대의학에 영감을 제공해 긍정적 상호작용을 시작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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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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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 피버팅
융합연구정책센터 김현우 소장 한국이 20년 만에 만난 포르투갈에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또한번 도하의 기적이었다. 첫 번째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최종 예선전이었다. 자력으로 본선 진출이 불가능했던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일본도 이라크를 2대1로 이기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던 선수들이 갑자기 환호했다. 이라크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었다는 소식이었다. 29년 전 기적의 주인공이 이라크였다면 2022년의 주인공은 불굴의 투지로 추가시간에 승리를 거둔 한국팀이었다. 빌드업 축구가 본선에 진출한 강팀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강팀에 움츠려 있다가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변화에 도전하는 피버팅을 계속해야만 했다. 피버팅은 농구선수가 한쪽 발을 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경쟁력 있는 선수와 기술을 축으로 전술을 새롭게 바꿨다. 9% 확률에 불과하다던 16강 진출을 실현했다. 경기내용도 달랐다. 주눅들지 않고 맞서 경기를 주도하고 승리했다. 20년 만에 맛보는 당당함 속 환희였다. 경영에서도 피버팅은 핵심전략이다. 기업은 고객, 제품, 기술이라는 세 가지 축을 갖는다. 새로운 성장을 찾는 기업은 강한 축을 중심으로 한 개 또는 두 개의 축을 변화시키는 피버팅에 나선다.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유명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구스닥이라는 사내벤처에 참여한 이를 만났다. 코스닥을 닮은 이름처럼 주식거래 방식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였다. 이듬해 구스닥은 대상 고객과 기술을 고정축으로 제품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마켓플레이스로 피버팅했다. G마켓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문화로까지 인정받는 인스타그램도 피버팅으로 태어났다. 2009년 구글을 퇴사한 시스트롬은 위치를 알리고 사진을 공유하면 포인트를 주는 위치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버번(Burbn)을 출시했다. 이용자는 위치정보보다 사진공유를 더 즐겼다. 버번은 사진기능에 집중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재탄생했다. 피버팅은 고통을 동반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고객을 고정축으로 제품과 기술의 축에 메타버스를 추가했다. 회사명도 메타로 바꿨다. 기대와 달리 메타의 VR·AR연구소는 지난해에만 10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이용자 감소, 틱톡과 같은 경쟁서비스가 등장한 상황에서 과거로의 회귀는 생존을 위협할 뿐이다. 피버팅은 국가 연구·개발에서도 필수다. 올해 미중 패권다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상 최대 교역적자가 불가피하다. 금융연구원은 현재 2.2%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2030년 1%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개발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떤 피버팅에 나서야 할까. 선도형 연구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은 분명하다. 연구·개발에서 중요한 세 가지 축으로서 연구인력, 인프라, 제도 및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 2020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자의 수는 8.6명이다. 미국 4.8명, 중국 1.5명에 크게 앞선다. 연구인력은 고정축으로 삼아야 할 강점이다. 1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중이온 가속기 라온이 지난 10월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2020년 기준 한국은 GDP의 4.8%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미국의 3.5%, 일본의 3.3% 대비 월등히 높다. 첨단 인프라를 무한정 확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연구제도와 문화에 주목한다. 이제 연구자 스스로 세계 최초, 최고의 창의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연구문화로 나아가야만 한다. 이를 지원하는 제도의 추가와 개선도 지속해야 한다. 당장 정량적 성과감소와 불안이 엄습한다고 할지라도 멈출 순 없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도전이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16강전 승패와 무관하게 현재진행형이듯. 출처: 머니투데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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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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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붙이는 초음파 패치, 알약 초음파 내시경… 환경 규제가 키운 새 과학 기술
이병철 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세계 최초 ‘USB-C 타입 아이폰’이 2021년 이베이 경매에서 8만6001달러(1억여 원)에 최종 낙찰됐다. 1000달러 정도 하는 스마트폰이 100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팔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유럽에서는 올해 6월에 공식적으로 제조사에 상관없이 2024년까지 유럽 내 모든 신규 휴대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유럽에서는 충전기가 하나로 통일되면 한 해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 1만1000t을 줄이고, 2억5000만유로(약 3400억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결정에 사용자들 관심은 애플이 어떤 공식 반응을 내놓을지로 향했다. 중요한 쟁점은 과연 큰 팬덤을 확보한 공룡 기업 애플이 자체 충전 단자로 큰 수익을 얻었는데 이를 포기하고 유럽의 규제를 따를 것인가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개최한 테크 라이브 행사에서 그 해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레그 조쉬악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애플은 유럽연합(EU) 규정 준수를 위해 아이폰의 라이트닝 케이블을 USB-C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상생활에 전자 기기가 늘어남에 따라 충전 단자를 통일하는 식의 환경 규제를 통해 전자 폐기물을 줄이는 것은 반길 만한 소식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여러 산업의 흥망성쇠가 나타나는 사례를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다. 이제는 생명과 관련된 의료 기기도 환경 규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의료 영상 기기는 초음파 진단기다. 사용 건수가 1600만회에 이른다. 이와 관련된 건강보험 진료비도 한 해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초음파 진단 기기는 의료기 수출 품목 가운데 2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초음파 의료 기기도 환경 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음파 영상은 변환기에 의해 초음파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 영상화한다. 초음파 변환기는 납(Pb)·지르코늄(Zr)·티타늄(Ti) 등으로 구성된 압전(壓電) 소자 물질로 대부분 만들어진다. 이 세 가지 구성 요소 첫글자를 모아 PZT라 부른린다. 이는 1952년 도쿄공업대학에서 개발돼 현재까지 90% 이상의 초음파 변환기에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70년간 확고했던 지위를 머지않아 내려놓아야 할 상황이 왔다. 유럽연합의 ‘특정 유해 물질 사용 제한에 관한 규정(ROHS)’에 따라 2023년 7월부터 유럽에서는 더 이상 ‘납’이 함유된 체외 진단 의료 기기 제조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가 가능하게 된 배경은 납이 함유된 압전 물질 대신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한 미세 전자 기계 시스템(MEMS) 초음파 소자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미국을 선두로 유럽,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동안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진 결과다. 우리도 한양대학교,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이를 선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환경 규제를 통해 대체된 MEMS 초음파 소자가 기존 초음파 변환기로는 구현이 어려운 새로운 분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피부 표면에 붙일 수 있는 초음파 패치, 뇌 혈류량 측정을 통한 기능성 초음파 뇌영상, 알약 형태로 만든 초음파 내시경, 더 나아가 3차원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혈관 내 초음파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기기는 기존 초음파 진료의 한계를 넘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회 용기 사용 제한 등 환경 규제로 인한 직간접 피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회를 과학기술로 잡을 수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세계가 추구하는 보편적 인류 발전과 행복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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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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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블라인드 채용 폐지가 가져올 인재확보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지난달 28일 국가 과학기술 최상위 컨트롤타워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가 대통령 주재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책이 공식화됐다. 12대 첨단기술에 5년간 총 2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호의 미래를 이끌 성장엔진들로 손꼽혀 왔다. 하지만 그간의 요란했던 전망과 구호를 걷어내고 민낯을 들여다보면 다소 당혹스러운 사실을 발견한다. 양자 분야 투자전략에서 미국이 12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발표하고, 중국에서는 이미 150억 달러의 투자가 거듭돼 온 마당에 한국이 책정한 예산은 고작 3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새 정부의 도전적인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책이 그래서 더 반갑다. 내년 국가연구개발 예산 30조원 중 75%의 비중을 전략기술들이 차지한다. 절대적인 금액에서 열세인 우리의 예산을 감안하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자원 배분이 필수적이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두 거물 삼성과 TSMC마저도 줄을 세우며 '슈퍼 을'로 군림하고 있는 노광장비 공급업체 ASML이 좋은 사례다. 기존의 판을 뒤엎는 접근 방식도 고려대상이다. 해외 연구팀들이 대형설비와 막대한 에너지 투입이 불가피한 초저온 양자컴퓨터에 매달리는 동안, KIST는 실온에서 동작하는 양자컴퓨터에 집중해 왔다.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우리 기술로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퓨처마킹(Future Marking) 전략에 따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팀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전략기술은 개인 연구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KIST는 이미 수년 전부터 도전적인 연구를 팀 연구에 기반한 문화로 달성해왔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그랜드 챌린지, 세계 최고 수준의 K-LAB 같은 신규 사업들은 모두 팀 연구가 필수이다. 그간 블라인드 채용은 이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연구팀 구성의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의 일원을 뽑는다는 것은 포스닥까지 마친 동료 연구자를 뽑는 일이다. 하지만 지원자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공동연구를 했는지, 또 연구에 대해 어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등 자세한 배경을 알 수 없다보니 논문 개수 같은 정량 평가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불완전한 정보를 확인하려다보니 행정력 낭비도 심했다. 과정의 공정성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전문성과 잠재력은 물론 비용과 시간까지 희생시킨 제도였다. 우리 과학기술계가 정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투자계획만큼이나 블라인드 채용 폐지 방침을 환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처: 파이낸셜뉴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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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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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라운지] 의사 등 전문가들이 꼽은 ‘인류 건강에 기여한 No.1 기술’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인류의 건강에 가장 획기적으로 이바지한 기술은 무엇일까? 백신? 마취? 항생제? 2007년 영국의학저널(BMJ)은 의사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의학 기술들이 아니었다. 상하수도 기술이 인간의 수명을 30년 이상 연장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기후 위기,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과 같은 용어가 국내외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0년간 여러 가지 형태의 기후·기상 변화를 경험해 왔다. 문제는 앞으로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의학 기술 아닌 상하수도 기술이 인간의 수명 30년 이상 연장시켜 먼저 물과 관련된 다양한 기후변화의 영향과 원인을 살펴보자. 기후변화는 그 원인과 영향이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과 관련한 기후변화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전 세계 경제와 산업 활동의 상황이 꼬인 그물처럼 복잡하게 연계돼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 작년 대만은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대만 반도체 제조사인 TSMC가 사용하는 물의 양만 하루 16만t에 달한다. 이는 올림픽 정식 수영장 6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기후 위기는 직접적으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해 경제에 피해를 줬다. 피해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만산 반도체에 의존하는 애플, 테슬라 등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에도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줬다. 이는 세계적 반도체 기업 2개를 보유한 우리나라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수자원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구름층이 형성돼 있는 대기 중에 비의 씨(cloud seed)를 뿌려, 특정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인 인공강우는 1946년부터 연구가 시작돼 현재 40여 국에서 기술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국립기상과학원과 다양한 융복합 기술을 보유한 KIST 같은 출연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다. 수자원의 다원화와 더불어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양의 물 공급을 위한 저장 기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팬데믹 때도 하수도 통해 바이러스 추적하고 대확산 막아 하수 처리 기술 역시 대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하수 처리는 산화·환원의 반복 반응에 의존하는 에너지 네거티브 기술이다. 유기 오염물질로부터 수소를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은 탄소 소재로 전환하거나, 암모니아성 질소를 수소와 질소 가스로 전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기술개발 연구가 물 분야에서도 시작돼야 한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물 환경 부문에도 큰 변화를 줬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대소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여러 지점의 하수도에서 하수를 채취해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추적할 수 있고, 지역사회 분석을 통해 대확산을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팬데믹 현상으로 주목받은 하수 역학을 활용해 하수를 모니터링하면 감염병 확산 방지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건강, 약물 남용 등 사전 예방적인 공중보건에도 효과적이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변화할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데 있어 물의 역할이 작지 않다. 앞으로 100년 후에도 같은 고민을 거듭할 인류에게 묻고 싶다. ‘행복하고 건강한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 무엇인가?’ 작금의 설문처럼 우리 미래 세대의 답변도 계속 ‘물’이기를 기대한다. [홍석원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장] 출처: 조선일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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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커뮤니케이션팀
- 작성일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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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은 새로운 한류가 될 수 있을까
폴란드와 체결한 20조원대의 대규모 계약을 포함해 K방산의 수출 대박 행진이 해외에서도 큰 관심사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는 43개국의 장차관급 고위 인사가 대거 몰려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접경국인 슬로바키아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3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했다. CNN은 윤석열 대통령의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 선언을 집중 조명하고,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는 해외 군사매체의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K방산의 성장 배경이라면 정부의 꾸준한 투자와 세일즈 외교를 들 수 있다.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국산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불안한 국제 정세가 중요한 지렛대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격화되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을 지켜보며 세계 각국은 지금 어느 때보다 자위 수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세계 무기 시장에서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오랜 평화 속에 군비를 축소해온 유럽은 방산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며 생기는 재고 공백을 채우기에 바쁘다. 고가의 최첨단 무기체계도 수년간 주문량이 쌓여 있는 데다 반도체, 배터리 등의 수급 불안까지 겹쳐 언제 전력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교적 저렴한 중국과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려면 서방 국가들의 제재와 관계 악화를 각오해야 한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 현재 육·해·공의 무기체계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또 적기에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분단 상황에 맞서 반세기 넘게 무기 개발과 생산력 강화에 힘써온 우리나라는 방산 수출의 일대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제는 세계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를 굳힌 K컬처처럼 K방산 역시 지금의 기세를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보다 냉철한 상황 분석과 후속 전략 수립에 힘써야 한다. K방산 역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방산 선진국을 따라잡고 있다. 하지만 가성비 위주의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최첨단 무기체계 원천기술은 선진 방산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고, 심화되는 기술패권 경쟁 상황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K방산에 대한 견제로 과거처럼 우호적인 분위기의 첨단 기술 이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K방산이 선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무인 로봇, 초연결 네트워크, 양자, 우주기술, 첨단 소재,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연구개발(R&D) 적용을 더욱 서둘러야 한다. 방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등의 공공 R&D 역량을 국방에 체계적으로 접목하고 민·군 간 원할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미래 국방 투자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스타트업 등 민간 혁신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정책 신뢰도 향상과 함께 높은 진입 장벽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참고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DIU)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구글, 아마존 등의 민간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유연한 계약 방식 등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K방산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한류 등극의 굳건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래현 KIST 미래국방국가기술전략센터장]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48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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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기업가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융합연구정책센터 김현우 소장 얼마전 GRaND-K 창업경진대회가 있었다. 홍릉강소특구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희대, 고려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창업경진대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개 넘는 팀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창업자에게 허락된 5분 발표, 5분 질의응답은 그들의 열정과 포부를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치열하고도 잔인한 10분이었다. GRaND-K는 우리 고유의 창업교육 및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의기투합으로 시작했다. 창업과 비즈니스 현장을 중심으로 기획했다. 주요 교육과 평가를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전문가가 맡는다. 초기단계에서 짧은 강의실 수업 기간이 끝나면 멘토로 지정받은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에서 개별 창업교육을 받는다. 창업 예비팀과 초기 창업팀의 아이템, 현황에 최적화된 사업계획을 준비한다. 천편일률적인 발표를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참여한 팀들의 공통된 특징을 3D로 표현할 수 있었다. 첫 번째 D는 난제(Difficulty) 창업이다. 암, 치매, 자폐증과 같은 인류의 숙원에 도전했다. 다수의 창업자가 교수, 연구원, 의사로서 10년, 20년 난제와 씨름해온 전문가였다. 겸직제도, 기술투자 등 대학과 연구소가 창업을 권장하는 제도를 도입한 결과다. 두 번째 D는 첨단기술(Deep Tech)이다. 창업에 적용된 기술이 세계 최초거나 최고라고 자부했다. 재기발랄한 대학생의 아이디어 창업도 중요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창업이 생존율과 파급효과에서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마지막 D는 온 힘을 다하는(Devotion) 창업이다. 일부 창업아이템은 첨단기술로 볼 수 없었지만 큰 박수를 받았다. 수십 번 재설계하는 노력으로 완성도를 높여 잠재가치를 끌어냈다. 또 미래고객을 수백 번 만나 니즈를 반영해 시장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가장 높은 진입장벽을 보유한 창업일 수 있다. 이런 창업기업을 발굴해 맘껏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해야 하는 곳이 혁신클러스터다. 1980년대 세운상가는 창업의 메카였다. 창업이 넘쳐나고 구하지 못할 제품이 없었다. 세상에 없는 제품마저 솜씨 좋은 기술자의 손에서 뚝딱 만들어졌다. 2000년대 혁신의 중심은 테헤란로였다. 스타 창업기업을 연이어 배출했다. 2010년 이후 모범사례는 중국 중관춘이다. 바이두, 레노버와 같은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을 길러내 중국 경제의 한 축을 차지했다. 미국은 불변의 창업과 혁신의 아이콘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급성장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가 있다. 세운상가와 테헤란로의 분주함을 재현하고 중관춘과 보스턴의 역동성을 국내로 가져오려는 시도가 있었다. 원스톱 창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관춘의 이노웨이(Innoway)와 보스턴의 랩센트럴(LabCentral)을 벤치마킹했다. 유사한 창업지원센터도 여럿 세웠다. 안타깝게도 큰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시장이다. 세운상가와 테헤란로는 당시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 경제의 팽창과 맞닿아 있었다. 중관춘의 힘은 세계의 공장 '메이드인 차이나'와 14억 내수시장에서 나온다. 보스턴의 경쟁력 또한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바이오시장에 직접 연결된 파이프라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인재와 기술도 시장이 있어야 힘을 발휘한다. GRaND-K의 창업기업은 홍릉강소특구를 모판 삼아 싹을 틔울 것이다. 그리고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지를 찾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혁신클러스터가 준비해야 할 것은 축소사회로 접어든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연결하는 웜홀을 마련하는 일이다. "생명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명대사다. 창업기업도 생명이다.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면 갓 알에서 깨어난 우리 공룡들도 번영의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출처: 머니투데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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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미래를 향한 꿈은 방향이 먼저다
융합정책연구센터 김현우 소장 꿈은 인류가 이룬 위대한 업적의 출발점이다. 20세기 인류는 인터스텔라(성간 우주) 탐험을 꿈꿨다. 1977년 9월5일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를 쏘아올렸다. 35년의 우주 항해로 2012년 헬리오스피어(태양권)를 벗어나 성간 우주에 진입했다. 인류는 마침내 성간 우주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플라스마 파동'을 확인했다. 긴 기다림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인터스텔라 탐험을 가능하게 한 힘은 꿈을 중심에 둔 미국 문화였다. 150년 전, 영국을 추월한 미국 개척자들은 더 큰 꿈을 좇아 기회의 땅 서부로 나아갔다. 100년 전,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고 최강 국가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바꿀 만한 기발한 생각에 도전하는 룬샷을 마다하지 않았다. 50년 전,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문샷으로 우주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그들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가상세계로 지평을 넓혔다. 꿈꾸는 미국 문화는 인재를 블랙홀처럼 끌어들여 G1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었음이 틀림없다. 60년 전,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최빈국 한국이 먹고 사는 걱정 없는 나라를 꿈꾸는 일은 서부개척 이상의 도전이었다. 40년 전, 빠른 경제발전으로 주목받았다고는 하지만 빈곤에서 갓 벗어난 개도국이 내민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도전은 진정 룬샷이 아닐 수 없었다. 20년 전,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린 경제위기 속에서 세계 최고의 인터넷국가를 실현했다. 월드컵을 개최했고 4강에 올랐다. 룬샷이었다. 미국의 꿈에서 결코 부족함 없는 꿈의 크기에 감동한다. 하지만 두 꿈을 들여다보면 다름이 보인다. 본래 꿈은 크기와 방향이 있는 벡터(vector)다. 하지만 추격자 시절 우리의 꿈은 크기로만 표현할 수 있는 스칼라(scalar)였다. 꿈의 방향을 선진국에 고정했기에 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지금, 경험이 일천한 방향설정이 선결과제다. 교육, 과학기술, 경제 등 각 분야에서 한국 사회, 국가가 겪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선생님을 뵀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과학영재를 위한 새로운 커리큘럼과 수업 방식을 제시해왔다. 이는 후발 영재학교에 이정표가 됐다. 내년이면 영재학교 전환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 선발부터 변화한다. 전과목에서 고루 우수한 학생을 시험으로 선발하는 대신 특정 영역에서 탁월성을 가진 인재를 직접 찾아다니며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인재를 교육하고 평가하는 방식도 새롭다. 전과목 성적의 평균으로 줄 세우지 않는다. 분야별 탁월성을 드러내는 개인화한 평가를 도입한다. 같은 인재상을 공유하는 KAIST와 연계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방향과 크기를 가진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자유와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 스칼라 꿈이 아닌 벡터 꿈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려는 담대한 도전이다. 첫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벡터 꿈을 가진 과학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초고난도에 도전하는 연구라면 성공, 실패를 따지지 않는다. 논문, 특허 등을 점수로 환산하는 획일적 평가제도를 혁파했다. 논문, 특허 등 기술적 성과(output)에서 감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치고 혁신이라는 좁은 문으로 간다. 지금 한국 과학기술계가 추구해야 할 성과는 2차, 3차 성과인 사업적 성과(outcome)와 사회적 성과(impact)이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평가도 차별화한 정성지표 도입을 가능하게 했다. STEAM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과제별로 다양한 평가지표 설정도 가능하다. 과학기술 선도국가를 목표로 '우리도 한 번 해보자'가 아닌 '우리가 한 번 해보자'는 꿈으로 차원이 올라가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여건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한다. 광활한 꽃밭도 처음 핀 한 송이에서 시작하기에. 출처: 머니투데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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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과학자 많이 배출해야 한다
윤석진 KIST 원장 코로나가 서서히 엔데믹 단계에 접어드는 듯하더니, 재유행으로 정부도 다시 대책을 내놨다. 처음 코로나를 맞이한 때보다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인류의 노력에 백신이라는 선물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우우르 샤힌 박사 부부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체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만든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정형외과 의사를 꿈꿨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수술 실력으로 임상의 대신 기초과학 연구에 몰입해 결국 스톡홀름의 연단에 올랐다. “아홉 번 실패하지 않으면 한 번 성공할 수 없다”는 그의 수상 소감은 남다른 울림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해부터 창업경진대회 ‘GRaND-K’를 개최하고 있다. K-팝 오디션 형태의 경연으로 투자기관들이 기술성·시장성·혁신성을 평가해 참가팀을 단계별로 가려낸다.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시프트바이오’의 창업자는 수상 소감에서 항암 면역 치료 신약을 개발해 암환자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분모는 주인공이 모두 ‘의사과학자’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964년부터 의대 129곳의 의사과학자 전문육성프로그램(MSTP)을 지원하고 있다. 보스턴 클러스터의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독자적으로 의학·이학·공학 융합형 육성 과정을 운영한다. 최근 10년 새 4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도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진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고, 의료 분야 연구비가 전체 투자의 11.3%(2조5000억 원, 2020년 기준)를 차지한다. 그에 비해 관련 산업의 국가경쟁력은 26위로 미진하다. 중개연구와 임상을 통해 원천기술의 가치를 실현할 의사과학자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뒤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바이오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미래의 자산인 인재 육성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카이스트(KAIST)와 포스텍(포항공대)은 임상의 진출을 제한하는 연구자 중심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KIST는 매년 3명의 기초의학 전공 공중보건의를 선발해 과학자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탁월한 연구 성과가 이어졌고, 그들 중 일부는 임상의 대신 연구자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KIST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례는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고 연구자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병역특례의 일환인 공중보건의 제도는 의료 사각지대를 비추는 한 줄기 빛이다. 이들의 가치는 코로나 대유행기 의료 붕괴를 막아낸 헌신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더욱 절실히 젊은 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의료·바이오 산업의 역량이 곧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란 전망이 현실화하는 지금, 더 많은 공중보건의가 연구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보여주며 동경심을 가르치라’는 생텍쥐페리의 지혜는 의사과학자 양성에도 유효하다. 출처: 문화일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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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선도국가를 향한 장점을 강화하는 전략
융합연구정책센터 김현우 소장 분초를 다투며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동료, 친구와 식사시간은 소중하다. 소중한 식사장소로 선택받은 식당은 남다른 음식 경쟁력을 자랑한다.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절에는 다양한 메뉴를 적당한 가격에 빨리 제공하는 식당이 인기가 있었다. 이제는 한두 가지라도 특색있고 최고의 맛을 보유한 식당이 손님의 발길을 잡아끈다. 이런 추세는 대형 상업빌딩 운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30년 전 쇼핑몰과 같은 대형 상업건축물에는 언제나 푸드코트가 있었다. 다양한 식당이 테이블을 공유하면서 적당한 맛과 가격의 음식을 판매했다. 쇼핑하고 영화를 보며 데이트하던 연인과 시민에게 빼놓을 수 없는 코스였다. 하지만 어느샌가 대형 상업건물을 신축하면 부산 돼지국밥, 의정부 평양냉면, 군산 짬뽕집 등을 유치해 맛집 거리를 만든다. 멀리 지역을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었던 별미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서울 종로 피맛길에 들어선 여러 대형 상업건물이 그러했고 하남과 고양에 들어선 복합쇼핑몰도 그러했다. 업무과 쇼핑을 위해 찾아온 소비자는 여행과 맛집 추억을 되새길 기회를 얻는다. 맛집에 끌려 방문한 식객은 쇼핑과 영화관람이라는 우연함에 행복을 느낀다. 윈윈(win-win)이다. 단순히 변모한 일상으로 보이는 이 변화는 세계 10위 경제의 오늘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는 창이다. 베이비붐 세대에게 한국의 경쟁력은 적당한 품질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이었다. 그들이 즐겨 찾던 푸드코트를 닮았다. 하지만 14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가 있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억명에 육박하는 동남아시아 경제가 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따라올 수 없는 음식맛으로 승부를 보는 맛집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기술력에 토대를 두고 있다. 반도체, 가전, 조선 등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분야에서 한국 제품은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하이엔드 제품이다. 조선산업에서 물량으로는 중국에 한참 뒤지지만 66% 높은 가격으로 세계 1위 자리를 다툰다. 한국산 TV는 성능과 디자인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다. 한국 메모리에 대한 세계 소비자의 구애는 끝이 없다. 가격에 상관없이, 믿을 수 있어서, 멋져서, 무엇보다 한국만이 만들 수 있어서 선택받는 '메이드 인 코리아'다. 우리 연구자가 지향하는 목표도 더이상 경쟁국 연구자가 밟고 지나간 자리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표 융합사업인 'STEAM 연구사업'의 신규과제 연구책임자들을 만났다. 보정속옷처럼 입으면 노화로 쇠퇴한 근력을 보조해주는 연구가 인상 깊었다. 근육을 닮은 섬유를 개발하고 사람의 의도에 따라 근육처럼 움직이는 활동보조 장치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초고령화사회 문제에 천착해서 융합연구팀이 그려낸 미래기술이었다. 국가가 맞닥뜨릴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연구책임자의 사명감이 온전히 전해졌다. "선진국은 벌써 시작한 연구분야입니다. 뒤처진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지금이라도 투자를 시작해야 합니다." 과거 연구자의 주된 이야기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연구자들은 변해 있었다. "우리 사회, 국가, 인류가 직면할 문제입니다.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연구입니다. 연구에 성공하면 글로벌 신시장을 창출하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전적인 융합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과학기술계는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의 필즈상 수상에 환호했다. 하지만 '수포자(수학포기자)에서 천재수학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결핍을 채워 극적으로 성공한다는 신화 프레임이 여전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는 아래와 같이 자신 있게 말하는 필즈상 수상자의 전략으로 옮겨야 할 때다. "사랑한다는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사람이 그 분야를 특화해 계발하는 과정에서 천재가 된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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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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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기환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반의 정책 수립과 일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
기후·환경연구소 김진영 소장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전지구 평균 기온은 약 1.2℃가 상승하였습니다. 사실 보통 사람들에게 기온 1℃ 상승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지구촌 곳곳은 다양한 기후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2021년만 해도 미국·캐나다에는 약 50℃에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하였고, 서유럽에는 24시간 동안 100~150mm의 기록적인 폭우·홍수가 기록되었으며, 아시아 지역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는 등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예외 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의 연구진들은 기온 상승이 계속되어 임계점을 넘는 경우에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대기환경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환경문제가 많이 논의되면서 요즘 대기환경 관점에서 상당히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6년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으로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이후, 우리 사회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무총리 직속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및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설치,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 수립 및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었습니다. 또한, 미세먼지 저감, 예보, 원인규명, 위해성 등 다양한 분야의 R&D가 진행되었고, 중국과의 협력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도 배출시설 단속 강화, 미세먼지 저감숲 조성, 미세먼지 안심공간 확충 등 생활환경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요즘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석탄 발전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서 이런 노력들이 지속된다면 향후 10년 후에는 서울에서도 푸른 하늘이 일상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기환경과 달리 기후 문제는 전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는 전지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서, 이제는 과학기술 개발과 함께 정책적 노력이 중요한 때입니다. 기후·대기환경 문제는 결국 에너지 문제와 연결됩니다. 우리가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전력을 생산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생산된 에너지가 버려지지 않고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필요한 에너지를 가능한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국가 에너지믹스 정책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향후 기후변화 정책 수립에 있어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열린 자세에서 전문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는 체계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노력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전 세계가 지치고 힘들었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점도 있었습니다. 산업활동 및 차량 운행이 줄면서 대기질이 전 세계적으로 개선되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의 교통량이 줄면서 돌고래 등 생명체들이 돌아왔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들이 팬데믹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상황은 일면 당연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건강하게 함께 지내는 방법’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요즘은 강변, 공원, 개천변, 둘레길 등 여러 장소에서 건강을 위해 걷거나 달리고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자신과 더불어 건강한 지구를 위해, 자가차량은 공유하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면서 조금씩 더 걷는 건강한 문화가 자리잡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월간인물(https://www.monthlypeop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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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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