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Center
우영우, 신생아 때 자폐진단 받았다면? ‘뇌파 자폐진단’ 새로운 길 연다
- 등록일 : 22-08-31
- 조회수 : 10152
KIST, 자폐증 발현 특정 뇌활성 마커 규명 승부수손톱만한 초소형 현미경으로 ‘자폐 뇌 활성화’ 비밀 밝힌다매년 늘어나는 자폐 유병율 “신생아 진단 통해 맞춤형 치료 최선 다할 것”
최근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이 거세지면서 주인공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이하 자폐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폐증은 뇌발달장애의 한 종류로 우리나라의 경우 2%내외의 발병률을 가진다. 남녀비 5:1로 남자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발병률이 높은데다 우리나라에서 유병율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어 치료법이 시급하다. 하지만 자폐증에 대한 뚜렷한 원인이나 치료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발달 장애 중 하나인 자폐증은 조기 발견해 치료함으로써 사회 적응력을 높여줘야 하지만 자폐진단은 빨라야 4~5세다. 이론적으로 생후 14개월 이후 자폐 진단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문의가 사회성, 언어, 반복행동 등을 진단해야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후에 자폐확정을 받을 확률이 높다.
신생아에서 자폐를 진단할 수 없을까? KIST가 자폐조기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폐증을 앓는 환자에서 나오는 특정 뇌활성을 찾아 이제 막 태어난 초기 영아의 자폐를 진단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는 이미 시작됐다. 모험적인 연구수행 결과물과 과정을 모두 성과로 인정해주는 KIST 내부과제 그랜드챌린지사업(이하 GC과제)을 통해서다.
추현아 뇌과학융합연구단 박사팀은 지난해 선정된 GC과제를 통해 초소형 형광 현미경을 개발하고 연속으로 뇌 활성을 추적, 자폐 동물에서 나오는 증상 특이적 뇌활성을 찾고 있다. KIST 뇌과학연구자의 상당수가 자폐증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2017년 KIST에서 처음으로 자폐연구를 시작하고 기반을 구축한 김정진 뇌과학융합연구단 박사도 포함돼 있다.
김정진 박사는 "우리는 자폐증 증상을 가진 모델에서 핵심이 되는 뇌세포와 관련 기전을 발굴하여 어른 자폐증 증상에 중요할 가능성이 있는 특이 뇌활성을 추적하고 있다. 이를 신생아 수준에서도 확인해 자폐를 조기진단하고 맞춤형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톱만한 크기 초소형 현미경, 뇌활성 연속추적! 자폐 비밀 밝힌다
KIST 뇌과학연구소. 연구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머리에 칩을 심은 마우스들이 분주하게 케이지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칩을 컴퓨터 모니터와 연결시키자 희끗희끗한 장면이 포착됐다.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뇌가 활성화되는 비밀스런 장면이다.
"'소형 형광 현미경'입니다. 블록처럼 단순하게 생겼지만, 이 장비로 뇌활성을 연속 추적할 수 있어요."
김 박사가 소개한 초소형 형광 현미경은 마우스의 뇌처럼 작은 뇌의 활성을 연속 촬영할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장비 중 하나다. 증상별로 세포 단위의 이미징이 가능한 최신 연구 기술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태아 수준의 이미징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KIST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통해서는 더 작은 태아 수준에서도 이미징이 가능한 극초소형 이미징 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연구진은 이 현미경을 통해 자폐증을 앓는 환자에게서만 나오는 특정 뇌활성을 발달 초기 단계에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왜 하필 세포 특이적 뇌활성일까. 김 박사에 따르면 자폐 조기진단은 특이 관련 유전자를 찾는 많은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돼왔다. 하지만 자폐 주요원인으로 밝혀진 유전자만 천여 개다. 조기진단을 위해 어떤 유전자를 타겟팅 해야할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박사는 "이것이 저희가 뇌세포 활성에 좀 더 주목한 이유"라고 말한다. KIST는 지난 연구를 통해 성인 자폐군과 성인 정상군 사이의 뇌활성 세포 차이를 발견한바 있다. 예로 A라는 행동을 했을 때 정상인은 인지, 운동 등 그에 맞는 패턴으로 활성화되지만, 자폐군의 경우 세포의 활성이 규칙적이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기존 교과서에서는 신경세포를 단순히 몇가지로 나눴다. 세포와 자폐, 정상 사이에 연구가 잘 이뤄지기 어려웠다"며 "우리는 여러 세포를 분류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그 중 자폐와 연관된 독특한 세포를 찾았다. 이 세포를 조절했을 때 자폐에서 보이는 특이행동이 정상으로 바뀌는 것을 찾아냈다. 태아수준에서 신생아, 유아기까지 뇌활성 연속촬영을 통해 자폐 특이적 활성차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 중이다. 이 같은 추적연구를 통해 정상군과 자폐군의 뇌활성 차이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뇌질환은 한순간이 아닌, 장기적으로 변화하며 행동변화를 일으킨다. 뇌활성을 연속으로 관찰하는 것은 치매와 같은 파킨슨병, 우울증, ADHD 등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기치료 넘어 반복행동 자폐증상 완화 치료제 개발한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 발달장애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자폐증이 우영우와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의 자폐증은 사회성 발달장애, 언어발달장애, 행동발달장애 등으로 의사소통과 사회소통을 어려워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자폐 치료를 위한 약물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자폐환자를 완벽하게 치료하는 약물은 없다. 처방되는 약은 대부분 과잉행동, 수면, 우울장애 등 자폐로 인해 동반되는 증상을 완화하는 약들이다.
김 박사는 "자폐환자숫자는 매년 증가추세지만 여전히 자폐환자를 둔 가정의 책임은 온전히 부모가 지고 있다. 자폐는 초창기에 발견해 치료 및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치매 등 다른 뇌질환에 비해 자폐는 국가차원의 지원이 없다.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것도, 경제적 부담을 안는 것도 다 부모의 몫"이라며 "사회적으로 자폐를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정부와 국민이 뇌질환 기초연구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KIST는 발견한 새로운 기전들이 실제 자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