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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코팅소재 변신? 당뇨환자 희망 '채혈없는 혈당측정센서'되다
- 등록일 : 23-12-02
- 조회수 : 4099
이원령 KIST 박사팀, 세계최초 유연기판 마이크로니들기술 개발
채혈없이 피부 부착, 2주간 당뇨 관리
암,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 추적관리 기대
매년 11월 14일은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우리나라 당뇨병환자는 2022년 6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0%이상이 앓고 있다. 이는 2010년 당뇨병환자수 312만 명에 비해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늘어나는 당뇨환자에게 꼭 필요한 혈당측정기술이 개발됐다. 세계최초로 부드러운 기판에 마이크로니들기술을 접목시킨 '피부부착형 혈당 센서'다. 이 센서는 피부에 붙이기는 것만으로도 약 2주간 혈당측정이 가능하다. 휴대폰의 플렉시블 하드코팅 소재로 제작됐던 재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됐다. 화학적 결합방법을 통해 피부처럼 부드러운 소재에 마이크로니들을 접합하는 기술을 통해 가능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원령 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박사는 "당뇨병은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혈당(혈액 속 포도당 수치)이 상승해 여러 신체기관에 손상을 일으키는 만성 질환이다. 혈당을 규칙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센서는 하루 3번~7번 손끝 채혈검사를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효율적 혈당관리가 가능하다. 전통제조공정인 광패턴기술을 적용해 환자들에게 저렴하게 센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혈당측정, 포도당 농도에 주목···유연한 소재로 피부 알레르기까지 개선
"기존 연구에서는 혈액 혹은 땀에서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이 다양하게 보고 돼왔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매번 땀을 흘리기 어려워 포도당 농도에 주목했습니다."
이 박사팀이 개발한 피부부착형 혈당센서의 핵심은 고통스러운 주사 없이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밀은 마이크로니들에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한 바늘을 이용해 몸속에 약물을 주입하거나 신체 성분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바늘두께가 얇아 주사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다양한 의료기기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마이크로 니들에 전기적신호를 주고, 피부 몸속에 있는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해 혈당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유연한 플랫폼기술을 더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은 크기가 작아 유연한 웨어러블 소재에 부착이 어려워 딱딱한 소재에 구현해왔다. 몸에 장기간 부착해야하다보니 플라스틱과 같은 소재는 환자의 편의에 맞지 않았는데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니들이 장기간 신호 오류없이 잘 붙어 있을 수 있도록 우수한 피부접착제를 개발하는데도 성공했다.
이 박사는 "피부처럼 유연한 소재에 젤전해질과 피부 접착제를 광패턴기술로 패턴화하면서 기존의 단점을 극복했다. 광패턴기술은 전통 제조방식으로 실제 상용화가 되더라도 추가 공정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마우스 실험을 통해 혈당변화도 성공적으로 추적했다. 동시에 피부 위 염증이나 신호 끊김 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이 박사는 "기존 피부부착형 혈당센서 역시 딱딱한 디바이스 위에 구현돼있고, 이를 피부에 장기간 고정하기 위해 강한 접착제를 사용해 피부트러블 등이 문제가 돼왔다"며 "우리가 만든 피부 부착형 혈당센서는 동전의 100분의 1수준인 10mg으로 가볍다. 접착제를 국소적인 부분에만 사용할 수 있어 피부알레르기에 대한 개선점도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선시스템으로 개선, 우울증과 암질환 추이 등 질병 측정 활용 기대
"연구 시작이요? 휴대폰 하드코팅 재료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게 계기가 됐죠"(웃음)
이 박사의 오랜 연구테마는 인체 삽입(준삽입) 의료기기다. 부착형 혈당센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은 KAIST 박사후연구원 시절이다. 당시 신소재공학과 배병수 교수 연구실에서 휴대폰 하드코팅 재료 연구가 한창이었는데, 의료기기로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평소 이 박사의 관심사를 이해한 배 교수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도 한 몫했다.
그는 "휴대폰 하드코팅 재료는 생체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진 실록산 폴리머를 사용한다. 경화조건을 달리하면 딱딱해지기도 유연해지기도 하는 변형이 강한 소재로 피부에 붙이거나 인체에 삽입하는 웨어러블센서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며 연구 계기를 설명했다.
박사후연구원 이후 KIST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는 배 박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말초동맥질환진단 가능 센서기술개발 등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이번에 개발한 센서를 유선에서 무선시스템으로 개선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는 "최종적으로는 스마트워치처럼 혈당을 무선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번 기술이 우울증이나 암질환 추이 등 각종 질병 측정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는 단 한 번의 채혈이 아닌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갑상선 질환이나 우울증 등 호르몬 계통의 변화나 암 치료 환자에서 나타나는 특이 인자들을 알 수 있다면 우리 기술로 장기추적조사해 재발우려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체에 삽입하는 기기 등은 상용화까지 진입장벽이 높아 오랜 검증시간을 거쳐야한다. 어려움은 있지만 장기간 질병을 추적 관찰함으로써 환자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환자들의 착용 편의성을 극대화시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의료기기 상용화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강주혁 KIST 학생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내용은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