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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몸에 품은 과학자···늘리고 바르는 리튬 배터리 개발했다
- 등록일 : 22-02-22
- 조회수 : 834
손정곤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신축성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
천 번 비틀고 인쇄해도 성능 유지···신축성·접착성·이온 전달 등 우수해
"新 전자기기 에너지 제공 솔루션 만들 것"
밥을 먹다가, 샤워를 하다가, 혹은 가족과 여행을 하다가도 말랑말랑한 소재만 보면 한 번 더 들여다봐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연구자가 있다. KIST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 손정곤 박사다.
그가 말랑말랑한 소재에 관심 갖는 이유는 고분자 나노소재를 활용해 잘 늘어나고 휘는 전자기기와 배터리를 연구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3년 전 부정맥으로 심장마비가 와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다. 심장 근처에 삽입식 제세동기를 장착 중인 그는 말랑한 소재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말랑말랑 소재 연구에 누구보다 진심인 손 박사가 늘리고 바르는 등 형태의 틀을 깬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에너지밀도가 높고 사용하지 않아도 방전이 많이 일어나지 않아 노트북,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로 더 많은 활용이 기대된다.
실감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 착용한 디바이스 개발이 주목받는 가운데 말랑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은 스마트밴드와 같은 고성능 웨어러블기기나 몸속에 삽입하는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이식형 전자기기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신축성과 접착성, 이온전달까지 잘 되는 신개념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개발한 손 박사를 만나 연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유기젤소재, 패키징, 집전체 등 다 늘어나게 개발했죠
손 박사는 처음부터 늘어나는 전지를 개발하지는 않았다. KIST에서 탄소나노 튜브 분야를 접한 그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로 알려진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저장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슈퍼커패시터 연구도 즐거웠지만 그는 에너지저장밀도가 높은 배터리연구에 관심이 쏠렸다. 고분자 나노구조를 전공한만큼 에너지 저장시스템 내에서 이 구조를 활용해야겠다 생각했다. 특히 자유로운 형태를 갖는 전지 변형 연구에 매료돼 관련연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에 손 박사팀은 2020년 '늘어나는 리튬이온전지'를 첫 보고했다. 벌집모양의 구조체를 김밥처럼 말아 아코디언처럼 늘어나는 소재를 개발한 것인데, 늘어나는 전지 개발 사례가 거의 없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손 박사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는 "소재 자체가 고무줄처럼 늘어나지 않으면, 어떤 제품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구조를 계속 디자인하고 바꿔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상용화를 하려면 리튬이온 이차전지 자체가 탄력성이 좋고 말랑말랑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꾸준히 연구한 이유를 설명했다.
손 박사는 늘어나는 전지 개발을 위해 단단한 무기물 형태의 전극소재뿐 아니라 전하를 뽑아 전달하는 집전체와 분리막 등 다른 구성 요소들도 함께 늘어나야한다고 봤다. 이에 유기젤소재, 패키징, 집전체 등을 늘리고 바르는 배터리개발에 적합하도록 새로 개발했다.
특히 다른 연구진이 배터리 신축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무와 같은 에너지 저장에 불필요한 소재를 첨가하는 것과는 차별을 뒀다. 기존의 바인더를 기반으로 말랑말랑하고 늘어날 수 있는 유기젤소재를 새롭게 개발해 적용했으며, 이렇게 개발한 소재는 전극 활물질을 강하게 잡아주고 이온 전달이 용이했다.

해당 기술은 옷에도 인쇄가 가능하다. 손 박사팀은 스판덱스 재질의 팔 토시 양면에 신축성 리튬이온배터리를 인쇄하고 스마트워치를 구동하는데 성공했다.
또 신축성과 기체 차단성이 모두 뛰어난 소재를 패키징 소재와 전자를 전달하는 집전체 소재로 사용해 전도성 잉크 형태로 제작, 전해질을 흡수하여 부푸는 일 없이 고전압과 다양한 변형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재를 개발한 후 생각지 못한 벽에 부딪혔다. 개발한 소재를 조립만 하면 '완성'이라 생각했지만 생각처럼 작동이 안됐다. 또 전선을 밖으로 빼는 과정에서 공기차단이 쉽지 않아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연구에 적용했다.
결과는 험난했지만 결과적으로 손 박사팀은 모든 부품이 늘어나 바르고 인쇄가 가능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손 박사는 "소재개발보다 생각 외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다"면서 "하지만 지난 2020년 연구개발하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하우들이 큰 도움이 됐다. 그때의 성과가 없었다면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옷에 인쇄한 전지, 스마트워치 구동 성공
'똑똑'
손 박사는 신축성 리튬 이온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자마자 옆방 김희숙 박사를 찾았다. 김 박사팀이 보유한 신축 전도성 전극 기술을 활용해 옷감 위에 프린팅을 해보기 위해서다.
실험실에서 손 박사팀은 개발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수준의 우수한 에너지 저장 밀도 (~2.8 mWh/cm2)를 가지고 있다는 점, 배터리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50% 이상의 높은 신축성 및 1,000번 이상의 반복적인 잡아당김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웨어러블용으로 상용화되었을 때 그 수준을 유지하는지가 궁금했다.


손 박사의 요청에 흔쾌히 응답한 김 박사의 도움을 통해 스판덱스 재질의 팔 토시 양면에 신축성 리튬이온배터리를 인쇄할 수 있었다. 전극을 바르고, 그 위에 늘어나는 집전체를 바르는 등 스텐실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늘리고 잡아당기는 와중에도 스마트워치 구동이 가능했다.
손 박사는 "스텐실 작업은 옷 위에 작업하기 용이하나 모자 등 액세서리처럼 각이 져있으면 작업이 어렵다"며 "3D프린팅 인쇄에도 적용해 늘어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범용적 기술로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말랑말랑한 소재 연구의 시작은 그의 단순한 호기심과 갑작스러운 사고가 계기가 됐지만 그는 무엇보다 이 기술이 다양한 전자기기의 새로운 구조를 출시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삽입식 제세동기의 부피 대부분을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이식형 전자기기의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말랑한 전지 개발은 이물감이 느껴지는 이식형 전자기기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식형 전자기기 뿐 아니라 신축성 배터리가 상용화된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단단한 착용형 형태부터 피부 부착형, 삽입형 등 다양한 신체친화형 폼팩터를 새롭게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새로운 전자기기 등장에 불편함 없이 에너지를 제공하는 솔루션이 되도록 연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