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그렇게 불린다고 하고, 정작 신호등에서 멈춤 신호는 빨간불인데, 지나가도 좋다는 사인은 왜 초록색일까. 또 비상구 표지판은 왜 초록색일까. 사람에게 ‘금지’라든가 주의를 시키는 표지판은 강한 인상을 주고 시선을 끌기 위해 빨간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건물이나 계단 등의 비상구 표시는 신호등 색처럼 초록색이다. 비상 상황에서 출구 위치를 알려주는 이 사인은 정전같이 어두운 환경에서 사람 눈이 보이는 반응으로 결정된다. 사람의 눈은 밝은 곳에서는 붉은색을 강하게 인지하지만, 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초록색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망막에 색을 인지하는 세포들이 있는데, 우리가 빛의 삼원색이라고 부르는 빨강, 초록, 파랑(Red, Green, Blue)에 각각 반응하는 원추세포들이 존재한다. 이 중 빨간색은 자연의 색과 가장 보색이면서 구분이 되고, 가장 긴 파장을 가져서 산란이 적게 일어나 먼 곳에서도 식별할 수 있다. 주의나 경고 표지판에 많이 쓰이는 이유다. 이 외에도 빛의 명암을 인지하는 간상세포가 따로 존재하는데, 이는 매우 약한 빛의 명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두운 곳에서는 색을 구별하는 원추세포보다 간상세포가 활발하게 반응하고, 이 간상세포는 특별히 초록색에 조금 더 민감하다. 정전 같은 어두운 환경에서는 빨간 불빛보다 이 간상세포가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초록 불빛이 사람들의 시야에 잘 들어온다.

우리가 규칙이나 규범이라고 정의하고 지켜야 하는 것들 대부분은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간의 약속, 언어와 문화적 배경으로 정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듯 기저에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색깔에 관계된 규칙이라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으리라. 빛과 색의 과학은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출처 : 조선경제(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