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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원하는 기술 개발해야죠" 햇빛으로 바이러스 제거 '분리막' 개발 뒷이야기
- 등록일 : 20-11-26
- 조회수 : 2805
[인터뷰] 변지혜·홍석원 물자원순환연구센터 박사
수처리 분리막+광촉매 기술로 1시간 내 분리막 표면 미생물 오염 세척
"발암물질 등 폐기물 발생없는 친환경 수처리 공정 활용 기대"
수처리 연구자와 광촉매 연구자가 의기투합해 햇빛만으로 세척 가능한 분리막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일주일 사용으로 미생물이 쌓이고 성능이 떨어져 청소하기 바빴던 수처리 분리막을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것은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의 변지혜 박사와 홍석원 센터장팀이다. 홍 센터장은 "소재합성 등 광촉매를 하던 변 박사와 기존 기술들을 융합하면 통해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연구를 시작했다"며 "국내뿐 아니라 식수 오염 등으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분 만에 깨끗~수처리연구 20년, 하수처리장 관계자 목소리 듣다]
홍 센터장에 따르면 2000년대 전만 해도 분리막은 고가제품으로 분리돼 수처리 사용이 어려웠다. 그러다 수질규제가 강화되면서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걸러주는 수처리 분리막의 필요성이 커졌다. 수요와 공급이 맞춰지며 단가가 내려갔고 지금은 해수 담수화, 물 재이용, 하수 처리, 반도체 사업장의 초순수 공정 등에 분리막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 이용하면 표면에 미생물이 자라고 무기물질이 붙는 등 막 오염 현상이 일어난다.
수처리 관련 연구만 20년 넘게 해온 베테랑 홍 센터장은 하수처리장 등을 돌아다니며 수처리 분리막 때문에 고생하는 현장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수처리 분리막 세척 기술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6시간 이상 화학약품을 이용해 관리한다. 하지만 홍 박사는 "분리막이 약품에 의해 손상되기도 한다. 특히 황산이나 염소계열 등으로 씻으면 발암물질 등 독성을 가진 폐기물도 배출돼 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변 박사와 홍 센터장은 광촉매를 이용해 스스로 세척하는 분리막을 개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광촉매는 빛을 흡수하고 주변의 산소 분자를 활성화해 활성산소종을 발생시켜 살균 효과 및 오염물의 분해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있다. 공기청정기 등에도 활용되는 기술이다.
특히 연구팀은 태양광 중 가시광선에 반응하는 수처리 분리막 개발에 힘썼다. 태양광은 자외선/적외선/가시광선으로 나뉘는데 광촉매는 비율이 가장 적은 자외선에 가장 활발히 움직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에서 광촉매가 활발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 세척능력을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연구개발한 광촉매를 수처리 분리막 표면에 단단하게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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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된 분리막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염료 등의 유기 오염물질과 중금속까지 처리 가능했다. 10회 이상 반복 테스트에도 성능이 유지되는 장점을 나타냈다. 가시광선은 형광등에서도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흐린 날이 많은 경우 햇빛 대신 형광등을 쐬기만 해도 살균할 수 있다.
변 박사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핵심은 화학적 처리를 통해 수처리 분리막 표면에 광촉매를 고정한 것이다. 변 박사는 "기존연구들은 수처리 분리막에 광촉매를 단단히 고정하기 어려워 풀처럼 만들어 발랐다. 장시간 사용에 광촉매들이 떨어져 나가 기공을 막아 성능 저하되거나 떨어져 나간 광촉매를 다시 걸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며 "우리는 화학적인 결합으로 기공을 막지 않으면서 벗겨지지 않도록 특성을 부여해 공정과정을 한 단계 줄였다"고 설명했다.
[찢고 터졌던 분리막, 시행착오와 노하우로 성공하다]
"광촉매 기초연구만 하다 처음으로 상용화에 가까운 연구를 하게됐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술이 손쉽게 수처리 분리막 재사용 공정이나 소재를 구현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갖고 연구하겠습니다"(변지혜 박사)
광촉매 기초연구에 매진 해온 변 박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분리막에 본인 연구 분야를 접목했다. KIST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된 변 박사가 상용화에 가까운 연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농도 미생물 용액을 만들어 분리막 성능 테스트를 하면서 정말 많은 분리막을 찢고 터뜨렸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험과정을 최적화했다. 폐수보다 농도가 짙은 미생물을 거른 후에도 햇빛에서 분리막을 깨끗하게 자가세척할 수 있었다.
해당 기술은 적은 에너지로도 오염을 제거할 수 있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물 위생관리가 어려운 개발도상국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 센터장은 "실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 분리막의 성능 최적화를 위한 후속 연구와 스케일업 등이 필요하다"면서 "현장에서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현장 폐수를 이용해 분리막 소재의 내구성과 장기 성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생물을 다루는 실험은 누가 분석하느냐에 따라 오차가 크다. 꼼꼼하면서도 분석에 오랜시간이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학생연구원들이 열심히해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동료연구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홍 박사팀은 앞으로 물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 말합니다. 많은 연구자가 인간의 수명을 늘린 기술 중 하나로 상하수도시스템을 꼽은 것도 그와 같은 이유겠죠. 물은 계속 순환을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붕괴하면 가뭄, 집중호우 등이 나타나요. 물을 깨끗하게 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와 맞물린 물순환연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에서도 최선을 다해 연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