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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자폐장애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소원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 등록일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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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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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직 변호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 KIST 미래재단 이사장)
4월 2일은 세계자폐인의 날이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조기 진단과 적절한 대응을 위해 2007년도에 UN 총회에서 제정되었다. 다른 장애인 날도 있는데 이렇게 굳이 ‘자폐증 인식의 날’을 또 제정한 것은 그만큼 자폐성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피폐하기 때문에 그것을 완화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일 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부터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와 캠페인을 진행한 이래, 이제는 네이버와 같은 검색창에서 이날을 기념일로 정하기도 할 정도로 알려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아니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탄생이나 나라의 존망과 관련하여 UN과 깊은 유대가 있는데, 이렇게 자폐성 장애를 위한 기념일까지 제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더군다나, 4월 2일로 지정한 것은 사랑과 이해의 4와 2를 암시한 것으로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까지도 들고, 우리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성대하게 세계자폐인의 날을 거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미국과 같은 경우에는 이날을 기념하여 현직 대통령이 성명서도 발표하는 등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또한 2011년 4월 2일 세계자폐인의 날에는 미국의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브라질의 예수상 등 세계적인 건축물들이 참여하여 파란 불을 밝히는 Light It Up Blue 글로벌 캠페인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청, N서울타워, 인천국제공항, 한국철도공사, 트레이드 타워, 서울대학병원, 인천대교 등 여러 랜드마크 건축물들에 파란불을 켜서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요구하는 데 동참하고 있어 그 의미가 커져 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것이다.
파란색은 자폐성 장애인들이 좋아하는 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자폐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파란빛이 자폐성 장애인을 비롯한 최중증의 어려운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리라 믿고 또 소망한다.
자폐성 장애는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유형의 아픔이다. 원인도 밝혀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스펙트럼 장애로 범주화해서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마음의 고통만 더해 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인지 미국에서는 의학연구의 가장 큰 포션이 오티즘 연구에 사용되는데, 우리의 경우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연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는 오티즘 연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과학의 진정한 의미가 나눔에 있다는 기치 아래 가장 소외되고 어렵고 밝혀지지 않은 자폐와 치매 등의 연구 성과를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기관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구성원들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필자가 이를 위해 구성된 KIST미래재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나무나 큰 영광이고 더 나아가 마지막으로 힘을 쏟아 보려는 각오를 다진다.
자폐성 장애인들은 소통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장애보다도 그들을 대변하고 도와 줄 단체가 필요하였는데, 대변할 단체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2005년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 1월 12일 이를 대변할 단체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탄생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여러 상황상 ‘사랑’ 외에는 자폐성 장애를 보듬을 것이 없다는 절박하고도 처절한 마음으로 단체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특이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천사들이 스스로 폐쇄적인 것은 아니고, 비장애인들이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에 소통이 안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낙인효과도 커서 적당한 명칭으로 변경하여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강호제현의 관심을 기대한다.
이 세상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분들을 보면 누구나 어려울 때 그의 손을 잡아 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사랑협회는 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어려울 때 손을 잡아 주겠다는 소망으로 탄생되어,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통칭 「발달장애인법」의 제정에 일익을 담당하고, 자폐성 장애인의 생애주기별로 애로점을 타개하기 위해힘을 쏟아 오고 있다.
그리하여 조기 발견과 진단에 힘쓰는 것과 동시에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미국의 오티즘 스픽스(Autism Speaks)와 WHO(세계보건기구)와의 협력으로 양육자기술훈련 (CST : Caregiver Skills Training)을 도입하여 보급 중에 있고, 충분하지는 않지만 국가에서 특수교육을 하고 있어 교육은 관에 맡기고,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의 재능개발과 직업재활을 통한 근로문제에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부모 사후에 적절한 대처를 위해 장애인특별수요신탁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이하여 자폐성장애인들의 생애주기별 주요 관심사를 다시금 널리 알리려 한다. 가을에 시행하는 기부마라톤 대회인 오티즘레이스, 격년마다 열리는 오티즘 엑스포와 함께 자폐성장애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고 관심과 응원을 더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특히 올해 세계자폐인의 날 행사는 조선시대의 사형터이었고, 얼마 전까지 쓰레기 하치장으로 이용되던 터 위에 세워져 부활의 의미까지 있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갖게 되어 그 뜻이 더 깊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가 문화생활에 소원할 수밖에 없는 자폐성장애인들과 가족들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드리는 자폐성장애 작가 특별초대전을 하게 되어 그 의미가 배가 된 듯하다. 시민여러분들께서 자폐성장애 작가들의 해맑은 작품을 접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시고, 또 아낌없는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어느 노벨상 수상자의 말을 되새길 필요도 없이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편안한 사회가 선진국일 것이다.
가장 어려운 분들을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어도 막상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행의 과정에서 최중증의 어려운 분들을 위한 더 많은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자식들보다 하루 늦게 죽기를 원한다’는 부모님들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다시금 상기해 본다.
출처 : 법조광장(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