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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과학자 많이 배출해야 한다
- 등록일 :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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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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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KIST 원장
코로나가 서서히 엔데믹 단계에 접어드는 듯하더니, 재유행으로 정부도 다시 대책을 내놨다. 처음 코로나를 맞이한 때보다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인류의 노력에 백신이라는 선물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우우르 샤힌 박사 부부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체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만든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정형외과 의사를 꿈꿨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수술 실력으로 임상의 대신 기초과학 연구에 몰입해 결국 스톡홀름의 연단에 올랐다. “아홉 번 실패하지 않으면 한 번 성공할 수 없다”는 그의 수상 소감은 남다른 울림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해부터 창업경진대회 ‘GRaND-K’를 개최하고 있다. K-팝 오디션 형태의 경연으로 투자기관들이 기술성·시장성·혁신성을 평가해 참가팀을 단계별로 가려낸다.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시프트바이오’의 창업자는 수상 소감에서 항암 면역 치료 신약을 개발해 암환자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분모는 주인공이 모두 ‘의사과학자’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964년부터 의대 129곳의 의사과학자 전문육성프로그램(MSTP)을 지원하고 있다. 보스턴 클러스터의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독자적으로 의학·이학·공학 융합형 육성 과정을 운영한다. 최근 10년 새 4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도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진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고, 의료 분야 연구비가 전체 투자의 11.3%(2조5000억 원, 2020년 기준)를 차지한다. 그에 비해 관련 산업의 국가경쟁력은 26위로 미진하다. 중개연구와 임상을 통해 원천기술의 가치를 실현할 의사과학자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뒤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바이오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미래의 자산인 인재 육성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카이스트(KAIST)와 포스텍(포항공대)은 임상의 진출을 제한하는 연구자 중심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KIST는 매년 3명의 기초의학 전공 공중보건의를 선발해 과학자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탁월한 연구 성과가 이어졌고, 그들 중 일부는 임상의 대신 연구자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KIST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례는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고 연구자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병역특례의 일환인 공중보건의 제도는 의료 사각지대를 비추는 한 줄기 빛이다. 이들의 가치는 코로나 대유행기 의료 붕괴를 막아낸 헌신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더욱 절실히 젊은 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의료·바이오 산업의 역량이 곧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란 전망이 현실화하는 지금, 더 많은 공중보건의가 연구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보여주며 동경심을 가르치라’는 생텍쥐페리의 지혜는 의사과학자 양성에도 유효하다.
출처: 문화일보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