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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큰흐름, 선진한국 마중물 삼을 때 - KIST 윤석진 원장
- 등록일 :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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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요즘 '걷기왕 KIST'라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구성원들이 한 달간 5000만보 이상을 걸으면 재해구호협회에 1000만원을 기부하는 챌린지다. 유례없는 관심과 호응 속에 시작된 기부 챌린지에는 460여 명이나 되는 인원이 참여했다. 걸음 수도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8000만보를 기록했다. 필자도 도전자 중 하나였다. 마라톤과 조깅, 걷기로 몸을 단련해온 터라 상위권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188위. 하지만 중간보다 약간 위인 이 순위에 실망하기보다는 기쁘고 감사했다. 바르고 옳은 일에 대한 KIST의 공감지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 경영'의 참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걷기와 같은 일상의 실천을 통해 ESG 경영이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 확대에 힘을 보태자는 취지였다. ESG 경영은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를 바르게 개선하려는 노력만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ESG 경영은 비단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의 역할과 임무 역시 ESG 경영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 이미 오랜 기간 준비하고 실천해온 미래였다는 점이다. 한발 앞서 시작된 KIST의 도전은 오늘날 세계를 선도하는 차세대 태양광, 인공광합성, 그린수소 등의 탄소 제로 연구로 빛을 발하고 있다. 삶의 질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 중 첫 번째 순위로 부상한 미세먼지의 원인 규명과 저감 기술 개발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게 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간극을 좁히는 연구로 우리 후손들이 보다 건강한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노력해온 KIST의 철학은 이름만 달랐을 뿐 오늘날 ESG 경영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도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철학자 헤겔은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ESG 경영의 핵심 가치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이 유일하다. KIST는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주요 의사결정 사항들을 대외에 충실히 공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개방적인 토론 문화 정착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큰 난관 속에서도 분기마다 빠짐없이 진행해온 타운홀미팅은 어느덧 KIST의 미래를 상징하는 집단지성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한 비대면 토론 방식은 더욱 거침없는 질문과 솔직한 대답을 이끌어내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더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바랐던 백범 김구 선생의 웅대한 비전이 새삼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백범의 소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우리 고유의 역할과 책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다듬어야 한다. 이런 목표와 임무의 재정립은 비단 정부나 기관, 조직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과 연구자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때마침 대두되고 있는 ESG 경영의 큰 흐름을 진정한 선진 한국의 마중물로 삼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출처: 매일경제(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8/75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