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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서 아이디어” 인공뼈 분말 합성 ‘20시간→10분’···레이저 새로운 길 열다
- 등록일 : 22-11-18
- 조회수 : 1554
“수다서 아이디어” 인공뼈 분말 합성 ‘20시간→10분’···레이저 새로운 길 열다전호정 박사팀, 병변 맞춤형 생체재료 분말 제조 기술KIST 기술출자회사 실용화 준비 생분해성 골이식재 및 필러 등 활용“다른 연구 고민하던 때 있었지만···연구 응용분야 넓힐 것”
"레이저를 전공했습니다. 상용화 연이 많지 않았어요. 다른 연구를 하고 싶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레이저 활용 연구 응용분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제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전호정 박사는 레이저 공정을 활용해 생체재료를 연구한다. 임플란트 코팅, 인공수정체, 인공뼈 분말 등 그의 연구에는 늘 레이저가 있다.
레이저와 반평생 함께한 전 박사는 수년 전만해도 레이저 연구를 포기할까 고민했다. 그가 주로 사용했던 펨토초 초정밀 가공 레이저가 고가인게 문제였다. 연구성과가 기업에 이전되길 바랐지만 고가의 레이저는 큰 허들이었다. 민간 기업이 하기 힘든 원천기술이나 공익목적의 연구 수행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전호정 박사가 레이저 공정을 이용한 초고속 인공뼈 분말 '아파타이트'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인공뼈분말을 레이저 공정으로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다. 레이저 공정은 20시간 이상 필요했던 공정시간을 10여분으로 단축시키고, 인공뼈 분말에 기능성까지 넣을 수 있다. 현재 실용화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상용화와 연이 없다 생각했던 전 박사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초고속 인공뼈 분말 '아파타이트' 제조기술을 개발, KIST기술출자회사를 통해 실용화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다. 그가 개발한 제조기술은 고가의 레이저 대신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나노초 레이저를 활용한다. 인공뼈 분말 제조에 레이저 공정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인공뼈 분말을 만들기 위해 20시간 이상 걸리던 시간은 레이저 공정 덕에 10여분으로 단축됐다. 속도 보다 주목해야하는 점은 인공뼈 분말의 성능이다. 온도를 높이니 기존 공정에서는 거의 불가능했던 기능성 인공뼈 분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전호정 박사는 "우리가 만든 기능성 인공뼈 분말은 골 형성 촉진 및 생분해성 골이식재로 활용뿐 아니라 항균, 콜라겐 형성을 촉진시키는 필러 등에 활용가능하다. 후속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시간 → 10여분 단축 비밀? 초고온의 레이저 공정에 답있다
실험실에 들어가니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금속판에 레이저가 일정한 속도로 쏘아진다. 수 분이 지나자 희뿌연 가루들이 만들어진다. 전 박사가 말한 기능성 인공뼈 분말 제조과정이다.
일반적인 아파타이트 제조기술은 용액 속에 칼슘이온+인산이온+용액을 섞어 고온고압으로 끓이는 수열합성으로 만들어진다. 온도가 높을수록 빠른 합성이 가능하지만 높은 압력을 가해 끌어올릴 수 있는 온도는 200도가 한계다. 20시간에서 100시간을 들여야 아파타이트를 얻을 수 있다.
전 박사팀이 연구개발한 레이저 수열합성 공정은 1000도 이상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아파타이트 제조 용액에 금속판을 넣어주고 레이저로 금속판을 집중 조사해 온도를 순간적으로 올릴 수 있다. 10여분의 합성만으로 20 나노미터부터 6 마이크로미터의 다양한 크기를 가진 분말들을 합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 박사는 "아파타이트는 치약이나 필러, 골 조직 재생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용도에 맞게 사이즈 조절을 해야 하는데 기존 공정은 추가 후처리 공정을 거쳐도 1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분말을 얻어내기 어려웠다"면서 "우리는 공정에서 크기 조율이 가능하다. 기존합성공정들과 차별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저 고온공정의 또 다른 장점은 고온합성 과정에서 마그네슘, 스트론튬, 아연 등을 뼈 분말에 합성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칼슘과 인산만 포함된 아파타이트와 비교해 다른 성분이 많이 포함된 기능성 인공뼈 분말은 신체 내 삽입됐을 때 주변 조직이 재생이나 항균효과 등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인공뼈 분말의 비율이 달라지면 지칭하는 이름도 바뀐다. 예로 칼슘대신 마그네슘을 더 많이 넣으면 '휘트록카이트'라고 불리는데 성장하는 어린이의 뼈와 비슷한 성분으로 알려진다.
실제 연구에서 기능성 인공뼈 분말은 생체 내에서 분해되고 세포에게 골 형성 촉진 자극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내 유사 환경에서 생분해 될 뿐만 아니라 분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고, 상용화된 아파타이트 분말에 비하여 약 2~5배세포의 부착 및 증식을 촉진했다.
전 박사는 "휘트록카이트는 제조과정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우리가 개발한 공정을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공정은 금속판 주변 온도만 올릴 수 있어 기존 제조기술 대비 많은 양의 인공뼈 분말을 한꺼번에 얻기 힘들다. 그는 "공정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속적으로 인공뼈 소재를 손실없이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는 공정을 통해 단위 시간당 적은 생산량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뼈 분말 연구 계기? 동료와 대화
전 박사팀이 개발한 레이저 공정으로 생산한 인공뼈 분말.
전 박사팀의 인공뼈 분말 연구는 선배와의 대화가 계기가 됐다.
"레이저로 인체 이식용 의료기기의 표면을 개질하는 연구를 주로 했었습니다. 마그네슘 임플란트 연구를 하시던 김유찬 박사님께서 금속표면에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코팅한 연구 결과를 보시고, 코팅 보다는 분말을 만들면 시장성 높은 기술이 될 수 있겠다라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파타이트에 마그네슘이 첨가되면 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라는 말씀에 레이저로 분말을 만드는 시도를 했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레이저를 접목할 수 있어 기뻤고, 선배님께도 감사한 마음이죠."
전 박사는 상용화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KIST 출자 연구소기업 ‘주식회사 비엠포트(대표 손진경)’를 설립해 인공뼈, 피부 미용용도의 필러 등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그에 따르면 필러에 인공뼈 분말을 넣으면 콜라겐 형성에 좋다 알려져있다. 다만 기존 인공뼈 분말은 녹지 않는 성질로 몸에 남다보니 의사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레이저 수열합성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뼈 분말은 생분해돼 미용용도 필러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박사는 "연구자로서 좋은 논문, 새로운 학문적 발전을 위한 연구를 주로 해왔다. 기술이전하고 창업하는 동료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에 사업화 할 아이템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상용화도 함께 추진돼 정말 기쁘다. 임플란트 시술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 크라운을 올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우리가 만든 분말을 통해 빠르게 단축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사업현장, 환자, 의사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니즈를 파악하고 반영시키는 것이 쉽진 않지만 많이 배우면서 환자와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IST, KU-KIST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소재 분야 국제 저널인 ‘ACS NANO’ (IF: 18.027, JCR 분야 상위 5.652%) 온라인 상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