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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KIST 스쿨 졸업생 향후 계획은?
- 등록일 : 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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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백선·백수지·아미르 이크발·정소현·최대일 연구원
도톰한 점퍼를 벗기엔 아직 추운 2월 말, 찬 날씨와 팬데믹으로 조용했던 KIST가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손에 들려진 꽃다발에 이른 봄기운이 느껴지는 이곳은 KIST 스쿨 졸업식 현장이다.
KIST 스쿨 졸업식이 지난 2월 25일 KIST 본원에서 열렸다. 올해 졸업한 학생을 28명이다. 졸업생들은 KIST에서의 연구경험을 살려 기업, 대학, 출연연 등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나간다.
국가 미래 성장 동력에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 및 R&D를 수행하는 KIST는 오랜 역사와 연구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KIST 스쿨을 출범시켰다. KIST 스쿨 목표는 과학기술 연구 분야 미래 글로벌 리더 육성이다. 현 재학생은 총 00명으로 연구현장 최일선에서 뛴 만큼 실전에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실 안 수업에서 벗어나 기초·원천·공공 부문의 대형 국책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며 연구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한 KIST스쿨 학생들은 기업, 대학, 출연연에서 연구생활을 이어간다. "KIST 경험을 살려 과학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포부를 전한 5명의 졸업생을 만나봤다.
KIST 경험, 도전적인 삶 큰 교훈줬죠
아미르 이크발 연구원
"교수가 되어 나만의 연구실을 만들고 미래를 위한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꿈입니다. 해외교류 및 협력이 활발한 KIST와 앞으로 상호협력하며 윈-윈할 날을 기대합니다."
아미르 이크발 연구원은 신개념 전자파 차폐소재 '맥신' 성능을 극대화해 2020년 사이언지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다. 5년간 KIST 스쿨에 몸담은 그는 올해 졸업장을 품에 안게 됐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는 전자통신기술의 발전에 방해가 되는 전자파를 막기 위한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뛰어들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 속 전자회로는 전자파를 발생시킨다. 전자파 간섭이 일어나면 다른 기기나 시스템 동작에 장애를 일으킨다. 전자기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부품 간 간격이 좁아지며 전자파가 교란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그는 KIST에서 전자파를 흡수할 수 있는 소재를 연구했다.
아미르 이크발 연구원은 KIST에서 연구하며 함께 웃고 울던 동료들과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지난 5년이 다 소중하지만 EMI차폐특성이 뛰어난 참신한 소재를 발견한 날을 잊지 못한다. 지도교수인 구종민 박사와 함께 물질 특성 조사를 위해 몇 년을 보냈고 논문을 실었다"며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동료들과 지도교수가 큰 힘이 되어줬다. 이 연구는 나에게 박사학위뿐 아니라 도전적인 삶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배울 수 있는 큰 교훈이 되었다"며 지난날을 돌아봤다.
KIST 스쿨에서 경험을 "내 인생의 값진 선물"이라고 말하는 그는 "좋은 연구 환경은 학생연구자들에게 좋은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학생연구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까지 함께 돌보는 시스템으로 KIST에 있는 동안 연구를 즐겼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IST스쿨 졸업한 그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시작 할 예정이다. 그는 "내 꿈은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교수가 되어 나만의 연구실을 짓고 미래를 위한 연구원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나노소재의 에너지저장 및 변환 응용 등 연구를 하고 싶다. KIST는 해외교류 및 협력이 활발하다. 향후 KIST 연구진과도 협업하면서 좋은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IST 경험 살려 과학기술로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
김백선 연구원
"주도적인 연구로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 KIST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KIST 뇌과학융합연구단에서 약물금단관련 기전과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김백선 연구원은 학부생 시절 지도교수와 KIST에 온 적이 있다. 실험실과 연구자들이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던 그는 KIST 스쿨을 선택했고 박사학위를 취득해 올해 졸업장을 수여받았다.
석사 때 생물학을 공부한 그는 KIST에서 전공분야를 살릴 수 있는 연구를 고민하다 약물금단연구를 접하게 됐다.
김 연구원은 "약물에 중독된 사람은 반드시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잘 연구해야 약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중독연구에 비해 금단연구는 많지 않더라"라며 "금단연구를 위해 분자생물학 연구 및 행동생리학 등을 더 연구했다. 여기에 전공인 생물학까지 활용할 수 있어 적성에 맞는 연구라 생각했다"며 연구에 매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KIST에서 연구하며 2편의 논문을 낸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약물 금단에 대한 치료표적과 진단방법 연구’를 꼽았다. 금단현상 진단 마커로 쓸 수 있는 마이크로 RNA를 발견 한 것인데, 향후 금단현상 치료와 진단 등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논문은 상위 3% 저널에 실린 바 있다.
KIST는 종합연구기관으로 뇌과학, 반도체, AI,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다. 김 연구원은 여러 연구자와 협업하고 공동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을 큰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연구 도중 특정 신경세포의 활성을 측정하는 기술이 없어 고민한 적이 있다. 그 때 옆방 랩과 논의해 하루 만에 콜라보를 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대학연구랩과 달리 KIST는 연구실끼리 연결돼 있어 소통도 빠르고 막힌 부분을 함께 풀어가는 등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KIST스쿨은 졸업하지만 KIST에 남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KIST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주도적인 연구를 통해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 다양한 연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일 쌓인 소뇌 연구, 뇌 질환 치료 매진하고파
백수지 연구원은 KIST 뇌과학융합연구단에서 소뇌 관련 연구를 한다. 소뇌는 과거 움직임과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려졌지만 최근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감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연구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그는 "소뇌를 연구하는 국내 랩이 많지 않아 아쉬웠던 때 KIST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KIST스쿨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KIST에 오기 전, 그는 정부출연연구원은 국내위주의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연구팀의 리더는 외국인 연구자고, 해외와 공동연구 등 교류 및 공유 등이 활발히 이뤄진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점은 체계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는 "행정적 부분부터 안전까지 신경써주는 것이 느껴져 연구와 학업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KIST 스쿨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같은 팀 동료와 지도교수 덕에 연구에 임하는 자세, 연구를 대하는 마음을 배운 그는 졸업 후에도 KIST 남아 밝혀지지 않은 소뇌의 비밀을 풀고 뇌질환 치료 실마리를 찾을 계획이다.
그는 "처음 KIST 스쿨에 가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기뻐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KIST라는 좋은 연구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류에게 필요한 좋은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연구 2막 시작 “개인 맞춤의학 상용화 기여할 것
"KIST에서 연구자로서 지녀야할 큰 덕목 중 하나인 넓은 시야를 얻게 됐습니다. 사회에 나가 어떠한 연구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잘 수행해낼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 같습니다."
식품이나 의약품 등은 인간에게 안전한지 확인하는 여러 안정성 테스트를 거친다. 하지만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연구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소현 연구원은 동물 실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외 배양 플랫폼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KIST 스쿨을 통해 뇌과학연구소에 관련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그는 콜라겐 미세섬유를 정렬할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뇌신경 조직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처음 KIST 스쿨에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학교가 아닌 만큼 수업적인 면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KIST에 실제로 와보니 수업의 종류도 다양하고, 타 대학과의 교류수업도 잘 되어있었다.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 또한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IST에서 그는 연구 기술 뿐 아니라 연구자로서 지녀야할 마음가짐, 사고방식 등을 배웠다. 그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왜 중요한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는 어떻게 다르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시간이 필수"라면서 "최낙원 박사께서 이러한 사고방식을 지도해주신 덕분에 학위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그는 KIST에서 갈고 닦은 체외 배양 플랫폼 연구의 상용화를 위해 체외 뇌혈관 배양 플랫폼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정 연구원은 "많은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개인 맞춤 의학에 이용되는 체외 배양 플랫폼 개발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탄소중립위한 과학적이고 실용적 연구에 매진
"우리가 만든 기술이 연료전지와 수전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게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지구는 지구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례 없는 산불과 폭우가 쏟아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야생동물과 인류의 몫이 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지구 평균기온이 금세 올라 더 잦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구를 살릴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정답을 수소 에너지에서 찾기 위해 KIST 스쿨에 진학하고 졸업한 학생이 있다. 최대일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연구원이다.
"탄소 경제에서 신 재생에너지 경제로의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소 에너지는 탄소 중립의 중심축"이라 말하는 그는 연료전지 및 수전해용 촉매 개발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료전지와 수전해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졸업 후에도 KIST에서 계속 연구원 생활을 하며 꿈에 한걸음 다가갈 계획이다.
그는 KIST 스쿨에 몸담으면서 연구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자부한다. 연구면에서는 연료전지 촉매 내구성 관련 첫 논문을 썼고,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며 융합과 협력연구를 배웠다.
그는 "국가 최고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배우고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였다"면서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동료 덕에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 그는 박사과정 경험을 토대로 과학적이면서 실용적인 연구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연구가 꿈이다. 그는 "박사과정동안은 연료전지와 수 전해의 촉매 개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시야를 보다 확장하여 전반적인 시스템 최적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KIST스쿨 졸업생들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 과학리더로 활약하며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2016년 에너지환경 융합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카이룰 후다야 박사는 모국으로 돌아가 연구와 교육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으며, 2020년 인도네시아 숨바와기술대학교 총장으로 선출돼 지역사회 발전과 보다나은 삶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엄성민 박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암호화폐 시세 방향성과 변동률 예측해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아이템으로 벤처‘데이터리퍼블릭’을 창업했다. 안상철 박사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AR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등 웹기반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렛시‘를 창업했다.
이 외에도 대학 교수, 출연연 기업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약 중이다.
KIST스쿨 현 재학생은 총 274명 (내국인 146 명 /외국인 128명)이다. 2022년 3월 기준 총 763명이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