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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시대적 사명에 부합한 '융합적 과학기술 정책'
- 등록일 : 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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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도체와 가전부문에서 각각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1분기 만에 인텔을 누르고 1위를 탈환했다. LG전자는 매출에서 월풀을 제치고 창사 처음으로 가전부문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몇 해 전부터 가전부문 브랜드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영광을 예고했다. 이렇게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 전자제품 경쟁력의 시작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일성이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내 많은 기업에 영향을 줬다. 소비자로서 직접 체험했고 기억하는 변화의 시작은 전자제품의 애프터서비스였다. 이전까지 동네 전파상에 수리를 맡기거나 몇 군데 없는 서비스센터를 직접 찾아야만 했다. 애프터서비스를 품질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신청 다음날 방문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10여년 전 일이다. 구매한 전자제품이 금세 고장 났다. 아직 국산을 구매하려면 뽑기 실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던 시절이다. 수리를 신청했고 다음날 약속한 시각에 기사가 방문했다. 문제점이 해소됐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정말 친절했다. 서비스센터에서 걸려온 애프터서비스 품질 설문전화에 10점 만점을 줬다. 제품의 품질이 한순간에 좋아질 수 없으니 채택한 전략이었을 터다.
모두에게 중요한 품질이지만 소비자와 생산자는 관점에 따라 달리 정의한다. 낮은 생산원가를 추구하는 생산자 관점에서는 설계명세에 부합해 목표품질을 충족함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소비자는 제품을 현재와 미래 소비자 욕구의 만족으로 평가한다. 이런 다름이 원인이었는지 10년 전 제품 고장은 서비스 신청, 방문, 품질 설문전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두 번이나 더 반복하고야 해소할 수 있었다. 품질평가는 9점에서 5점으로 떨어졌다.
20세기 세계 제조산업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 다구치 겐이치는 품질을 사회적 관점에서 봤다. 제품이 출하된 시점에 성능 특성치의 변동과 부작용 등으로 인해 사회에 끼친 손실을 품질로 정의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품질 개념을 융합하고 6시그마경영 등 품질경영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우리 IT기업도 혁신을 거듭하며 제품의 근원적 품질개선을 이뤄냈기에 선도기업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도 품질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태껏 과학기술 정책에서 품질은 공급자인 정부와 1차 수요자로서 연구자 관점간의 끊임없는 줄다리기였다. 정부는 당면한 문제해결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방점을 둔다. 목적성이 뚜렷한 만큼 연구·개발 로드맵에 따라 차질없이 연구가 진행되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또 공공재원으로 운영하는 만큼 공정성과 규범의 준수를 품질기준으로 봤다.
많은 연구자는 지적 호기심과 자기개발 가능성을 연구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으로 삼는다.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자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수월성 있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보상을 넘어서는 연구자의 헌신이 필수다. 따라서 자율에 기반한 연구자 중심 환경을 기준으로 삼는다. 동일한 정책에 다른 의견이 상존하고 일부는 정책 개선안을 타협안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 선도국가 구현과 함께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받았다. 60년 전 헌법에 명시한 경제발전 수단에 추가해 중요한 국가적 의사결정에서 과학기술적 준거를 제시하는 책무를 줬음을 의미한다. 국가 과학기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부문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점을 융합한 다구치 품질 개념을 도입해 퀀텀점프를 이뤄냈다. 시대적 사명에 부합하는 융합적 과학기술 정책의 품질 개념을 마련해야 할 때다.
출처 : 머니투데이(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31417481737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