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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일깨우는 봄 행사 ‘세계 뇌주간’ - 뇌과학연구소 오우택 소장
- 등록일 :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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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의 기온 차가 크긴 하지만 봄이 완연하다. 새 생명들의 약동에 덩달아 기운이 솟는 요즘이다. 학계에서도 기지개가 한창이다.
많은 대학과 연구소가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되는 ‘세계 뇌주간(Brain Awareness Week)’에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중에게 뇌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92년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3월 셋째 주에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동시다발로 열리는 유서 깊은 글로벌 행사다. 우리나라도 2002년에 첫 행사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20번째다. 높아진 관심 속에 최근 몇 년간 뇌과학자들의 공개 강연은 학생·학부모·교사·일반인들로 만석을 이루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튜브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잠든 뇌를 깨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봄맞이 행사는 없을 듯하다.
뇌의 신경세포 뉴런은 약 1000억 개에 이른다. 뉴런과 뉴런의 연결고리인 시냅스는 그보다 더 많다. 뉴런마다 2000개가량의 시냅스가 연결돼 있다니 놀랍다. 이는 뇌의 기능이 그만큼 다양하고 중요함을 의미한다. 한때 학자들은 뉴런들이 하나의 융합체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카밀로 골지는 뉴런과 뉴런이 서로 연결돼 분리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스페인 의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그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뉴런과 뉴런이 서로 뚜렷이 구별되는 독립적 개체라고 주장한 것이다. 격렬한 이 세기의 논쟁은 1906년 두 남유럽 과학자가 뇌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는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최근 뇌과학의 급격한 진보는, 전자현미경과 광유전학, 형광세포기술, 뇌를 투명하게 하는 3차원 관찰, 그리고 특정 미세 부위를 수십 배 팽창시키는 팽창뇌과학에 이르는 전대미문의 첨단 기술 덕분이다. 특히,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뉴럴 인터페이스 기술은 자유롭게 활동하는 동물의 뇌에 아주 가는 탐침(프로브)을 촘촘히 꽂아 실시간으로 신경 활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수백 개의 뉴런 활성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어 특정 부위 세포와 기능의 관련성을 매우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프로브마다 수십 개 이상의 측정 단자를 연결하고 전기신호를 증폭해 컴퓨터에 저장해야 하므로 이 기술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미세 반도체 공정과 신호 증폭, 시간별·이벤트별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뇌과학의 발전은 조만간 우리 생활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치매·우울증·조현병 같은 뇌질환 치료와 예방뿐 아니라, 생각으로 작동하는 전자기기의 개발도 가능케 할 것이다. 뇌에 저장된 기억을 읽거나 새로운 기억을 심는 영화의 장면들도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이런 중요성에 따라 주요 선진국은 이미 지난 세기부터 뇌과학 연구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교적 이른 시기인 지난 1998년 뇌연구 촉진법을 제정해 국내 뇌과학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 기술과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대중의 관심 속에 국내 뇌과학자들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의 비밀에 필적할 만큼 인류의 거대한 도전 과제로 떠오른 뇌의 비밀도 오래지 않아 그 신비의 베일을 벗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319010329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