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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에너지 경쟁 속 한국이 살길은 다양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보유뿐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 [과학 라운지] 1932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인류 최초의 배터리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됐다. 약 2500년 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그다드 배터리’는 구리판이 양극, 철봉이 음극 역할을 하고 와인이나 식초를 전해액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의 상용 리튬 이온 전지는 1991년 일본 소니가 출시했다. 다른 방식의 이차전지와 비교해 가볍고, 에너지 저장량이 많고, 수명이 길어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19년 노벨 화학상은 리튬 이온 전지 개발에 공헌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는데,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충전 가능한 세상’(Rechargeable World)을 열었다며 그 공로를 치하했다. 이들의 연구가 없었다면 모바일이라는 개념은 벽돌보다 큰 배터리를 들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배터리 관련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리튬 이온 전지는 발전을 거듭해왔고, 특히 전기자동차 산업의 성장은 기폭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탄소 중립이 전 지구적 이슈가 되면서 각국은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을 권장하는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의 치열함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현재로서는 리튬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확보가 최선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리튬 이온 전지가 모든 사용처에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차전지가 개발되면 그에 적합한 시장을 창출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다양한 쓰임새에 따른 맞춤형 이차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중국의 한 기업이 소금의 주요 원소인 나트륨(Na)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차전지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나트륨은 바닷물 속에 풍부하게 있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나트륨 이온 전지는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대형 배터리가 필요한 ESS와 같은 대규모 전력 저장장치용 배터리로 사용될 수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의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리튬 이온 전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차세대 배터리 기술임은 분명하다. 차세대 이차전지라고 하면 현재의 리튬 이온 전지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이차전지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세대 이차전지는 새로운 사용 분야, 혹은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이차전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과거 널리 사용되었던 납축전지를 리튬 이온 전지가 모두 대체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유이다. 각각의 이차전지는 자신의 특성이 최적화된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대세인 리튬 이온 전지와 더불어 다양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을 보유하는 멀티 배터리 시스템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한 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조선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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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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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윤석진 KIST 원장 팬데믹이나 급격한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적 위기는 과학기술의 국제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날로 첨예해지는 기술패권 경쟁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나라도 미래 전략기술을 모두 가질 순 없다.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가 되기 위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혼자 서기 위해 뭉치는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제협력은 갈 길이 멀다. 작년 발표된 DHL 세계 연결지수에서 한국 과학기술 협력 순위는 43위에 불과하며 국가 R&D 중 국제협력 과제의 비중은 2021년에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국제협력 논문 비중 확대를 목표로 꼽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때 우리에게 과학기술 국제협력이란 선진국 기술의 벤치마킹 수단에 불과했던 때가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의 미래를 고민하던 2000년대엔 미국에서 주목받던 스핀트로닉스 기술을 우리 연구원들이 배워오기도 했다. 한창 성과가 나오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젠 해외에서 먼저 공동연구를 제안할 만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미 국립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와 시작된 공동연구가 벌써 5년째에 접어들고 있고, 작년에도 미래 전자소자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와 함께 공동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달리 높아진 위상에 맞춰 우리는 어떤 협력 전략을 추구해야 할까. 우선 해외 거점 마련을 통해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존, 인텔, 구글 등 거대 기업과 기술 협력이 용이한 런던 테크시티, 글로벌 제약사 100여 개사와 대형 병원이 밀집해 있는 보스턴 바이오테크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 예다. 세계의 기술이 모여드는 생태계 안에 마련될 한국의 거점은 21세기판 신라방이 되어줄 것이다. 안으로는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이 가능한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구심점으로 혁신생태계를 바꿔 나가야 한다. 미·중 양강을 위시한 주요국이 기술패권 경쟁에서 폐쇄적인 보호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좋은 기회이다. 우리와 상호보완적 기술을 갖춘 해외 유수 연구기관의 국내 유치와 공동연구를 꾀하고, 이를 통한 혁신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발 빠르게 정비해야 한다.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적인 기업과 대학들의 이합집산은 오늘도 숨 가쁘게 진행 중이다. 우리도 미온적 자세를 버리고 세계 무대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1988년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렸던 88올림픽의 주제곡, '손에 손 잡고'의 노랫말처럼 이제 손에 손을 잡고 벽을 넘어설 때다. 출처 : 매일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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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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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서울 밖에서 개척하는 미래
윤석진 KIST 원장 지방의 노화와 위축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인구 고령화에 더해 청년층의 지속 유출이 지역경제 쇠락과 공동화라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이 소멸 위험에 처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이 소멸 고위험 단계에 들어선다는 암울한 예측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 반대편에는 전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있다. 인구의 절반이 국토의 12% 남짓한 수도권에 쏠리면서 주거·혼잡 비용이 급격히 치솟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천명한 배경이다. 과거에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진 못했다. 하드웨어적 처방의 한계다. 물론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지역 자생력을 북돋아줄 근본적인 묘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청년들이 지방에서 지속가능한 삶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해결책의 요지는 지역 고유의 특화 산업을 토대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역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선결 조건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의 확보다. 연구개발의 주체는 연구소와 대학이 맡되, 지역 기업도 이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집약적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런 노력을 지원하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하겠다. 기업-연구소-대학-지자체의 사각 협력이 만든 과실이 지역의 정주 여건과 문화, 환경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혁신 생태계를 상상해본다. 더불어 인재들이 지역 내에서 역량을 쌓겠다고 결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의 학비 지원, 기술력을 갖춘 지역 기업에의 취업을 연계한 실무 교육,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의 참여 등 특화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해야 한다. 연구소나 기업도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주어야겠다. 젊은 인재들이 구직의 남방 하한선으로 여긴다는 소위 '판교라인'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역 일자리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서울'이 아니면 뒤처지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지방을 얘기하면 그곳만의 첨단 기술과 산업 기반이 떠오르고, 수도권보다 여유 있는 정주 환경과 나름의 비교 우위를 갖춘 곳이란 생각이 자연스레 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고향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어야겠다. 조금만 찾아봐도 개척되지 않은 잠재력을 가진 지역들을 금세 떠올릴 수 있다. 130여 년 전 영국의 지리학자 이저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을 여행하며 '조선의 능력은 거의 개발되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과학기술이 도화선이 되어 '지방시대'가 활짝 열리고, 미래 세대의 꿈이 서울 일변도를 벗어나 전국 방방곡곡으로 향하길 기원한다. 출처 : 매일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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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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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경제성장, 두 토끼 잡는 ‘그린-올 경제’
민병권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장 [과학 라운지] 2003년은 미국의 조지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이 석유 경제의 대안으로 ‘수소 경제(Hydrogen Fuel Initiative)’를 선언하면서 수소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다양한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는 석유와 달리, 연소 시 물 이외의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 수소가 최선의 에너지원으로 부각됐다. 그런데 2년 뒤인 2005년에 199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조지 앤드루 올라 교수가 수소의 근원적 약점을 지적하면서 메탄올이 훨씬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라 교수는 수소를 생산하려면 화석연료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 수소가 매우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수소를 저장하거나 운반하기 어렵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비해 메탄올은 오염 물질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고, 수소보다 저장과 운반이 쉽다.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군 에너지 경제 논쟁은 ‘탄소 중립’이라는 글로벌 어젠다의 등장으로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수소 경제 초창기에 논의됐던 수소가 화석연료에서 생산하는 ‘그레이 수소’를 의미했다면,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물 분해를 결합해 생산하는 ‘그린 수소’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그린 수소라 하더라도 저장과 운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KIST는 최근 ‘그린-올 경제’라는 신개념을 제시했다. 그린-올 경제의 핵심 개념은 화력발전소·제철소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원이나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알코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린-올 경제는 다양한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된 메탄올을 그린 수소 저장체로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 액체인 메탄올은 쉽게 저장·운반될 수 있고 열분해 또는 전기분해를 통해 쉽게 수소 기체로 분해할 수 있어, 그린 수소의 저장 및 수송 시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탄올 또한 그린-올 경제의 훌륭한 후보 물질이다. 에탄올은 가솔린 등과 혼합된 형태 또는 그 자체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실제 옥수수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생산한 바이오 에탄올은 청정 연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에탄올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기존 자동차 엔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중립형 수송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린-올 프로세스는 다양한 형태의 알코올을 이산화탄소에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린-올 경제는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쌓아나가 한국이 미래 탄소 중립 사회를 선도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출처 : 조선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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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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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바꿀 초미세 양자 기술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바로 1년 전인 2022년 4월 14일. 5대륙, 44개 국가, 193개 도시에서 양자 기술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0여 개의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제1회 ‘세계 양자의 날(World Quantum Day)’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날이 아닌 4월 14일을 선택한 이유는 양자역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플랑크 상수(4.14×10-16eVs)에서 착안했기 때문이다. 기념일을 기획·제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필자는 특정 국가나 기관에서 주도해 제정된 것이 아니라 지구촌 과학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양자 기술은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관심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 양자 기술은 기술적 난이도, 파급 효과, 적용 분야를 고려할 때 산업 발전과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안보 관점에서도 국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다수의 국가가 양자 기술 육성책을 다투어 내놓고 있고, 민간에서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초기 기술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핵심 요소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등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대중의 높은 관심과 함께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냉정히 평가하면 양자 기술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산업 관점에서 보면 양자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서 같은 개별 기술의 발전은 놀라운 수준임이 틀림없지만, 이를 활용해 다른 산업 분야의 혁신을 일으키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사례는 아직 찾기 힘들다. 1946년 개발된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은 당시 사람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성능의 계산기였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초보적 단계의 컴퓨터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양자 기술은 70여 년 전 에니악과 비슷한 유아기 수준에 불과하다. 1만8000여개의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에니악에서 시작된 컴퓨터가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양자 기술에 대해 익숙해져야 하고 발전을 위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양자 신호는 극한의 미시세계에서 관찰 가능한 현상이다. 이런 양자 현상을 생성하고 제어하고 측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고난도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온도 변화, 느끼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진동 등이 양자 세계에서는 치명적이어서 일상 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잡음 요소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가면서 조작해야 한다. 에니악에서 시작된 컴퓨터의 발전이 수많은 기술 혁신과 트랜지스터의 발명, 반도체 기술로 집적화된 칩의 형태로 회로를 구성했기 때문임을 상기해보자. 마찬가지로 극한의 미시 세계에 존재하는 양자를 더 효율적으로 조작하려면 집적화한 반도체 공정기술을 이용한 양자 소자 또는 양자 칩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IBM·구글 등의 양자컴퓨터 모습이 초창기 컴퓨터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자컴퓨터를 예로 들어 부연 설명하면,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가 아직은 잡음의 영향으로 많은 연산 오류가 발생한다. 이런 오류를 정정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큐비트로 만드는 것이 지금 직면한 대표적 기술적 난제다.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의 큐비트가 필요한데, 단순히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오류 정정이 가능한 큐비트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큐비트들로 이뤄진 양자 칩이 구현된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의미 있는 진전이 시작될 것이다. KIST를 중심으로 한 ‘양자 연구 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반도체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양자 칩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융합 연구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머지않은 미래에 양자 기술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출처 : 중앙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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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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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범선
윤석진 KIST 원장 아이디어와 기술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게 되는 좌절과 위기의 기간을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라고 일컫는다. 벤처기업이 아이디어의 사업화 단계에서 맞이하는 위기, 또는 어떤 기술이 상용화에 실패하여 결국 사장(死藏)되는 상황을 모두 나타낸다. 결국 기술과 기업은 한배를 탄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 대기업 한 곳에서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연구소의 기술을 탄소 중립에 대비하는 핵심 기술로 함께 발전시켜보자는 제안이었다.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는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상용화의 길은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응용·개발연구의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것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든든한 파트너가 스스로 찾아온 셈이니 더없이 반가운 마음이었다. 원래 좋은 기회를 포착하면 망설이지 않는 성격이라 양측의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서둘러 겸직 발령을 냈다. 기술은 연구자가 잘 알아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감각은 수요자인 기업이 더 기민하고 정확하다. 이 때문에 기업과 연구소가 더 가까이 있어야 하고 자주 만나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이 우리 연구소에 상주하는 공동연구실을 설치하는 일도 시작했다.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기업이 연구소의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연구하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이름부터 서로를 잇는 실험실, 즉 '링킹랩(Linking Lab)'이라고 지었는데 공정 개발부터 제품 출시까지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목표로 삼았다. 연구자가 직접 첨단기술을 토대로 창업에 나서는 것도 혁신기업 창출을 위한 좋은 방안이다. 원천기술을 토대로 한 '기술 창업'은 유통·서비스업 중심의 전통적 창업에 비해 파급효과가 커 '혁신적 창업'으로 분류된다. 관건은 어떻게 기술 창업을 늘리고 그 생존율을 높일 것인가이다. 먼저 연구자의 창업 기업 겸직과 휴직 제도를 활성화하여 창업에 대한 용기를 북돋는 등 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이 서툴 수밖에 없는 투자 유치와 행정 사무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 등 창업 생태계가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특히 연구기관의 원천기술이 민간 투자와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추후 기업 공개와 M&A 전략까지 수립해줄 수 있는 기술지주회사가 생긴다면 금상첨화일 터다. 대기업의 신성장동력 개척, 중소·중견기업과의 공동 기술 개발, 기술 기반 창업 등 우리 산업 전반에서 기술 사업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술 사업화에서 시작된 혁신의 미풍이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줄 순풍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우리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 넓은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연구소와 대학의 실험실들이 팽팽한 돛이 되어줄 것이다. 출처 : 매일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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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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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유동성 시대를 넘어 다시 근로소득이 기초가 되는 사회로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십수 년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긴 저금리 시대였고, 여기에 더하여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함에 따라 넘치게 된 시중 유동성은 금융시장의 활황과 자산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과 주식 평가액 덕분에 어떤 이들에게는 지난 몇 년간이야말로 돈을 가장 쉽게 벌 수 있는 시기였다. 비대면 산업과 배달업 역시 팬데믹의 특수를 누린 대표적인 업계였다. 그러나 팬데믹 때문에 줄어든 수요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고 저금리 융자로 힘겹게 버틴 요식업, 숙박업, 여행업계를 생각해보면, 전례 없이 넘쳐나는 유동성의 시대는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가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의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난 뒤 자연히 코로나 이전 시절로 돌아가게 되리라 꿈꾼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3년이란 세월은 전혀 짧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사회·문화 시스템에 재빨리 적응해버린 탓에 코로나 이전의 세월은 돌이킬 수 없는, 그저 흘러가 버린 과거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새롭게 맞이한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우리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자산가치의 하락, 금융시장의 침체, 수출 부진 등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제적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 경제적 위기를 한두 번 겪은 것은 아니다. IT 버블, IMF 구제 금융,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의문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보란 듯이 회의론을 불식시키면서 지속 성장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이 지금에도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시행하였던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도 치솟는 물가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제는 반대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불어나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해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그야말로 2023년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 진입한 상황이다. 저금리,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노동력과 시간을 투입하여 벌어들이는 근로소득보다 사업소득, 특히 부동산이나 주식 대박을 통한 자산소득의 증식을 꿈꾸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주식으로 10억 벌고 퇴사”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접한 많은 직장인이 이를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식으로 5년 이상 투자한 사람 중 90% 이상이 돈을 잃었다는 통계 결과가 보여주듯, 금융시장과 부동산 동반 침체가 벌어지는 지금은 자산소득의 증식을 바라는 많은 이들에게 가혹한 시련의 시기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모든 소득원이 인정되어야 하지만, 고용이 지속되는 한 근로소득의 안정성이 사업소득이나 자산소득보다 훨씬 높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업소득과 자산소득으로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회는 없다. 따라서 사회 구조상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자가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방식이 존중받고, 또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지속 가능한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살리는 분위기, “10억 벌고 퇴사”보다는 부지런히 일해서 자산을 축적하는 미담이 더 회자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출처 : 전북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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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커뮤니케이션팀
- 작성일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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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자폐장애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소원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김용직 변호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 KIST 미래재단 이사장) 4월 2일은 세계자폐인의 날이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조기 진단과 적절한 대응을 위해 2007년도에 UN 총회에서 제정되었다. 다른 장애인 날도 있는데 이렇게 굳이 ‘자폐증 인식의 날’을 또 제정한 것은 그만큼 자폐성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피폐하기 때문에 그것을 완화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일 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부터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와 캠페인을 진행한 이래, 이제는 네이버와 같은 검색창에서 이날을 기념일로 정하기도 할 정도로 알려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아니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탄생이나 나라의 존망과 관련하여 UN과 깊은 유대가 있는데, 이렇게 자폐성 장애를 위한 기념일까지 제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더군다나, 4월 2일로 지정한 것은 사랑과 이해의 4와 2를 암시한 것으로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까지도 들고, 우리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성대하게 세계자폐인의 날을 거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미국과 같은 경우에는 이날을 기념하여 현직 대통령이 성명서도 발표하는 등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또한 2011년 4월 2일 세계자폐인의 날에는 미국의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브라질의 예수상 등 세계적인 건축물들이 참여하여 파란 불을 밝히는 Light It Up Blue 글로벌 캠페인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청, N서울타워, 인천국제공항, 한국철도공사, 트레이드 타워, 서울대학병원, 인천대교 등 여러 랜드마크 건축물들에 파란불을 켜서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요구하는 데 동참하고 있어 그 의미가 커져 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것이다. 파란색은 자폐성 장애인들이 좋아하는 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자폐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파란빛이 자폐성 장애인을 비롯한 최중증의 어려운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리라 믿고 또 소망한다. 자폐성 장애는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유형의 아픔이다. 원인도 밝혀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스펙트럼 장애로 범주화해서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마음의 고통만 더해 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인지 미국에서는 의학연구의 가장 큰 포션이 오티즘 연구에 사용되는데, 우리의 경우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연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는 오티즘 연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과학의 진정한 의미가 나눔에 있다는 기치 아래 가장 소외되고 어렵고 밝혀지지 않은 자폐와 치매 등의 연구 성과를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기관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구성원들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필자가 이를 위해 구성된 KIST미래재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나무나 큰 영광이고 더 나아가 마지막으로 힘을 쏟아 보려는 각오를 다진다. 자폐성 장애인들은 소통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장애보다도 그들을 대변하고 도와 줄 단체가 필요하였는데, 대변할 단체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2005년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 1월 12일 이를 대변할 단체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탄생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여러 상황상 ‘사랑’ 외에는 자폐성 장애를 보듬을 것이 없다는 절박하고도 처절한 마음으로 단체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특이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천사들이 스스로 폐쇄적인 것은 아니고, 비장애인들이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에 소통이 안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낙인효과도 커서 적당한 명칭으로 변경하여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강호제현의 관심을 기대한다. 이 세상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분들을 보면 누구나 어려울 때 그의 손을 잡아 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사랑협회는 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어려울 때 손을 잡아 주겠다는 소망으로 탄생되어,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통칭 「발달장애인법」의 제정에 일익을 담당하고, 자폐성 장애인의 생애주기별로 애로점을 타개하기 위해힘을 쏟아 오고 있다. 그리하여 조기 발견과 진단에 힘쓰는 것과 동시에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미국의 오티즘 스픽스(Autism Speaks)와 WHO(세계보건기구)와의 협력으로 양육자기술훈련 (CST : Caregiver Skills Training)을 도입하여 보급 중에 있고, 충분하지는 않지만 국가에서 특수교육을 하고 있어 교육은 관에 맡기고,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의 재능개발과 직업재활을 통한 근로문제에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부모 사후에 적절한 대처를 위해 장애인특별수요신탁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이하여 자폐성장애인들의 생애주기별 주요 관심사를 다시금 널리 알리려 한다. 가을에 시행하는 기부마라톤 대회인 오티즘레이스, 격년마다 열리는 오티즘 엑스포와 함께 자폐성장애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고 관심과 응원을 더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특히 올해 세계자폐인의 날 행사는 조선시대의 사형터이었고, 얼마 전까지 쓰레기 하치장으로 이용되던 터 위에 세워져 부활의 의미까지 있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갖게 되어 그 뜻이 더 깊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가 문화생활에 소원할 수밖에 없는 자폐성장애인들과 가족들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드리는 자폐성장애 작가 특별초대전을 하게 되어 그 의미가 배가 된 듯하다. 시민여러분들께서 자폐성장애 작가들의 해맑은 작품을 접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시고, 또 아낌없는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어느 노벨상 수상자의 말을 되새길 필요도 없이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편안한 사회가 선진국일 것이다. 가장 어려운 분들을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어도 막상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행의 과정에서 최중증의 어려운 분들을 위한 더 많은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자식들보다 하루 늦게 죽기를 원한다’는 부모님들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다시금 상기해 본다. 출처 : 법조광장(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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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탄소중립 실현 위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선물
김창수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과학 라운지] 톱밥으로 석유 대체 연료 만들고 친환경 신소재로 전환시키는 등 나무가 주는 효용성이란 ‘선물’을 극대화하는 연구에 집중해야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전 세계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명작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신을 사랑한 소년이 노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이야기로, 인생의 참된 가치를 따스한 감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이 책이 알려주는 ‘사랑과 관용’에 대한 교훈을 다시금 꺼내보면서 이 책의 주인공인 나무의 삶을 과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어떨까 한다. 나무는 사실 지구의 주인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냈다. 나무는 약 2억4500만년 전부터 진화를 거듭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 탄수화물로부터 만들어지는 물질들로 잎, 줄기, 뿌리를 지탱한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다양한 영양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구조와 껍질이라는 방패를 하나하나 만들어냈다. 또한 엄청난 양의 씨앗을 날려 언제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왔다. 약 500만년 전에 수렵과 채집을 생존 수단으로 삼았던 최초의 인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 나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류는 나무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나무는 생존에 필요한 산소를 제공하고 다양한 열매와 목재를 제공하는 한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류는 나무를 건축재, 연료, 종이, 섬유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새로운 가공 기술의 개발과 함께 나무는 산업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여 년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유발된 온실가스 배출, 자원 고갈,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과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산업화된 문명을 유지하면서 지구를 구하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나무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로 자신을 지탱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셀룰로오스와 리그닌과 같은 성분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또 다른 선물이다. 이러한 성분들을 분해하면 포도당, 자일로스 등의 당류와 페놀류 성분을 얻어낼 수 있는데, 작은 톱밥 하나에도 골고루 들어 있는 이 성분들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나 친환경 신소재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은 옥수수 전분, 팜유 등 나무가 제공하는 성분의 10%도 사용하지 않고 만들고 있다. 또 펄프 생산 공정은 리그닌을 모두 파괴하거나 변성시켜 나무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리그닌의 효용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나무의 모든 성분을 최대한 활용하여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자원을 생산하는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나무로부터 원하는 성분을 얻기 위해 다른 성분을 희생시키는 기술이 아닌, 나무가 주는 모든 성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삶이 탄소 중립의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염치없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한 번 더 기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나무가 주는 것을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더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배를 만들던 방식이 아니라, 이전에는 버려지던 것들을 이용해 석유를 대체할 연료를 만들고 유용한 화학물질을 만들어낼 방법을 찾고 있다. 지구와 인류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선물은 받지만, 한여름 뙤약볕을 막아주는 그늘과, 홍수에도 흙과 빗물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탄소 중립은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그 답을 찾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특히 나무가 주는 다양한 성분들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연구는 오랜 세월 인간을 지켜봐 온 나무가 주는 지속 가능한 삶의 비법이자, 인간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현재를 사는 우리와 다음, 또 그다음 세대를 위해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는 한 그루의 나무를 연구한다. 출처 : 조선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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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과학, 즐기고 계십니까?
윤석진 KIST 원장 필자에게 연구는 천직(天職)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백하건대 연구의 대상인 과학을 진심으로 사랑해 왔다. 동시에 치열한 도전의 목표였기에 순수한 즐거움의 대상으로는 여기지 못하고 살아왔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던 시기의 일화다. 어느 날 동료가 캠퍼스에서 열리는 과학 페스티벌에 가보겠느냐 물었다. 자녀와 친구들까지 함께 데려와 즐기는 축제라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직접 가서 보니, 축제 속 참가자들에게 과학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진정한 과학 선진국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생각했던 30여 년 전 그날의 기억이 여태 생생하다. 많은 선진국들이 과학문화 확산에 공을 들인다. 과학을 어렵고 낯선 것에서 누구나 친해질 수 있는 즐길 거리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미국은 해마다 '세계과학축제'를 포함해 각 주(州)의 주요 도시에서 과학축전을 연다. 유럽에서도 과학은 연구실 밖으로 나와 국민과 함께한다. 가장 역사가 긴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에서는 전 세계 시민들이 함께 과학퀴즈를 풀고 토론하며 가족·연인·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과학축제가 곧 미래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이 된다. 작년 우리나라 초등학생 장래 희망 순위에서 과학자는 운동선수, 의사, 유튜버의 한참 아래인 17위에 머물렀다. 2015년 8위, 2019년 13위로 순위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니 마음이 더욱 무겁다. 그래서 아이들이 과학을 멋지고 중요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과학문화 경험이 필요하다. 작년 가을 연구소의 문을 열고 대중 대상의 과학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어떤 행사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전국의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과학 꿈나무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다양한 과학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과학은 어른들에게도 친숙하고 흥미로워야 한다. 나이나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성숙한 과학문화가 국가 기술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수년 전부터 민간의 예술재단과 함께 새로운 작업을 시도 중이다. 바로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자연 현상을 해석하여 예술 작품을 만들고 전시전을 여는 것인데 호응이 제법 뜨겁다. 바이러스, 기후 변화와 같은 재난도, 앞으로 도래할 AI 시대에서의 인간성에 대한 고찰도 예술의 옷을 입으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예술가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과학자가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는 구절이 있다. 과학의 매력을, 그 내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것이 미래 과학 인재를 키우고 과학기술계를 향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는다. 과학의 달 4월, 국민 모두의 삶 안에서 과학이 널리 향유되는 일상을 기대한다. 출처 : 매경춘추(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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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빛으로 세상을 바꾸는 기술
김형준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국내 반도체산업이 메모리분야에 편중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메모리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주목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의 시스템반도체를 위한 파운드리 및 이미지센서는 비메모리분야 중에서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반도체를 사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분야도 있으며 이런 분야의 전망과 활용 측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반도체는 메모리와 같이 전자를 가둬 기억하는 반도체와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전자가 아닌 빛으로 제어 가능한 반도체도 널리 사용된다. 광(光)반도체는 통신이나 컴퓨팅 등을 위해 빛 신호를 생성·제어할 수도 있는데 최근 주목받는 초고속 광컴퓨팅도 이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이미지센서는 반도체가 빛을 흡수해 전류신호를 발생하는 소자다. 그런데 반대로 반도체에 전류를 흘리면 빛을 발생하는 것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LED 조명이나 레이저다. 광반도체분야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대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낮은 편이어서 관련학계 및 산업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광반도체분야는 빛과 반도체의 다양한 원리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특성을 연구한다. 기본적으로는 빛의 흡수·방출 외에 빛의 세기·위상을 조절하고 이 빛의 간섭을 이용해 광신호를 만드는 원리다. 이런 광반도체 소자를 이용하면 빛의 속도로 신호처리를 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기대된다. 전자소자로는 도달할 수 없는 속도의 초고속통신, 양자센싱·컴퓨팅, 라이다(LiDAR), 인공지능 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에선 학계와 산업계에서 꾸준히 연구·개발 중이다. 이렇듯 광학적인 성질을 가진 광반도체분야는 광통신, 광센서, 레이저 등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며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하다. 넘어야 할 허들도 있다. 광반도체는 매우 비싼 화합물 반도체를 사용한다.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나노소재와 이를 이용한 새로운 소자개발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전자소자에도 널리 쓰이는 실리콘을 사용한 광제어 소자가 일부 상용화했는데 실리콘은 흡수 외에 빛과 상호작용이 약한 편이므로 이를 극복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2차원 물질인 그래핀, 이황화몰리브덴(MoS2), 흑린 등이 대체물질로 주목받는다. 이러한 2차원 반도체는 화합물 반도체나 실리콘과 다르게 원자 단위로 이뤄져 있으므로 빛과 반도체 사이 상호작용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존 3차원 재료로는 불가능하던 초저전력·초고속 광컴퓨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나노소재를 활용·개발하고 있다. 빛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나노소재들의 합성부터 이를 활용한 소자제작 등 폭넓은 연구를 하며 이를 양자나 센서, 광컴퓨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응용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나노소재와 소자를 이용한 광반도체 및 광컴퓨팅 분야는 중요하고 선도적 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연구의 중요성이나 관련 연구자 규모에 비해 국내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학계나 일부 산업계에서도 많은 사람이 노력하지만 정부의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관련 연구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에 치우친 국내 산업분야의 편중을 극복하고 균형적인 반도체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또 광반도체 및 광컴퓨팅분야가 국내에서 성장하고 반도체 생태계 다양성에 도움을 주면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선도적 기술패권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기대해본다. 출처 : 머니투데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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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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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천금매골의 지혜
윤석진 KIST 원장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경쟁력의 근원인 연구소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인재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뛰어난 인재들이 대학과 기업으로 떠나는 현상을 목격 중이다. 우리 연구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 해마다 발표하는 두뇌유출지수에서 한국은 수년째 중하위권 신세다. 연구소를 포함해 과학기술계 일자리의 매력을 높이는 근본적 해결책 없이는 후배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돌릴 길이 없다. 인재 한 명 한 명에게 최고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능력에 걸맞게 예우하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중반 필자가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이 그랬다. 세계적 석학이 팀의 리더였고, 톱니바퀴처럼 협업하는 문화가 있었고, 연구 자원이 풍족했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스스로 모여들었다. 선진 기술의 모방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더 넓은 바다를 찾던 필자에게도 그곳은 좋은 연구를 위한 여건과 성장의 기회 그 자체였다. 어떻게 하면 연구 현장이 인재들의 첫 번째 선택이 될 수 있을까? 먼저 마음껏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세계적 대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팀이 있다면 인재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연구는 더 이상 혼자 하는 고독한 레이스가 아니다. 탄소중립, 감염병 등 과학기술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팀을 이루고 융합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대다. 아이언맨의 아크리액터로 더 친숙한 인공태양을 만들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7개국 과학자들이 모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시에 젊은 연구자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고 성장할 수 있는 경력 개발 경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공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가 중단되지 않도록 박사후연구원부터 시니어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핵심 연구가 경력 초기의 도전적 질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이 무르익었다면 시장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거나,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생태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요컨대 기술로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가 많이 나와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의 처우 개선과 사기 진작에 나서야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뛰어든 인재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탁월한 연구 업적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도 연구력이 왕성한 선배 연구자들이 정년을 맞아 실험실을 떠나는 사례를 보면서 국가적 손실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년 없이 일할 수 있기에 전문직을 선호한다는 젊은 세대들의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되겠다. 죽은 말의 머리를 오백 냥 금으로 샀다는 연나라 왕의 이야기에서 천금매골(千金買骨)이라는 말이 나왔다. 천리마로 비유되는 좋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인재 한 명이 2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도 있는데, 우리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출처 : 매일경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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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커뮤니케이션팀
- 작성일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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